• 최종편집 2024-10-08(화)
 
아침 해
        
                              임 인 진

산과 산 사이
두서너 뼘 하늘이 열린 마을
산 너머 게으른 아침 해가
소올솔 안개를 잦힌다
마당가 멍석 위엔
통통 살찐 씨감자
눈 뾰족 치켜뜨는데
보습쟁기 지게 등에 걸머진
허리 굽은 농부
어이새끼 소 앞세워
가릉가릉 숨찬 비탈길 오른다
“어디여 이리, 저리, 쯧쯧”
지싯대는 송아지 앞세운 어미소
소리 들은 둥 만 둥 심드렁한 발걸음 더디다
산문 밖 밝은 세상
눈앞에 아른아른 얼비쳐도
돌작밭 쟁기질로 다져온 나날들
첩첩이 쌓인 애환이 주름살로 얼비치는데
머루 다래 주렁주렁
곤드레 딱주기 곰취 싱그러운 산이 좋아
오르락 가쁜 숨 고른다네
산과 산 사이
장전막동(長田幕洞)두메마을
두서너 뼘 열린 하늘에
하느작하느작 아침 해 떠오른다.

 
수줍고 해맑은 아침 해는 이 땅에서만, 금수강산 수려한 한반도에서나 만나게 되는 해의 이미지가 아닐까, 포스트 코로나를 예견하는 이즈음에 시 ‘아침 해’는 인간의 궁극적 피안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시인은 잠시 위안과 우리의 근원적 고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절망에서 오히려 소망을 노래하는 혜산 박두진 시인의 ‘해’에서 순수와 희망을, 삶의 근원적 힘의 절정을 이루어 내고 있는 한국의 명시다.
임인진 시인은 그의 내재된 본향의 순수한 서정을 맑은 심상으로 이끌고 있다.
자연도 인간도 한 번도 오염되지 않은 산간 두메마을, 그들만의 삶의 방식과 인심이 물 흐르듯 흐르며 순리에 순응하는 순수의 사람들, 태초에 우주를 창조하신 분의 뜻이 있는 곳 훼손되지 않은 유토티아다.
산과 골이 깊어 울울한 나무숲을 뚫고 해가 늦개 떠올라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서서히 솟아오르는 해 아래 소의 가족들도 그들의 식솔이다. 사람도 소도함께 돌작밭을 일궈가는 긴 일상이 한 편의 서사시가 되어서 감명을 주고 있다. 자연을 헤치지 않는 그들에겐 머루 다래 곤드래 딱주기 곰취를 선물한다. 강원도 산골 장전막동 마을, 아침 해는 아기 볼 같이 해맑게 솟아오르고 이런 세상으로 회귀하고 싶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피안은 장전막동(長田幕洞)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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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 아침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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