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나를 인도한 그가 와서
김 종 희
어느날
여기까지 나를 인도한 그가 와서
풀죽어 있는 나를 보고 말했다
네가 무엇이든 희망하면 희망하는 대로
다 줄 것이다
네가 희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김 종 희
어느날
여기까지 나를 인도한 그가 와서
풀죽어 있는 나를 보고 말했다
네가 무엇이든 희망하면 희망하는 대로
다 줄 것이다
네가 희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에벤에셀, 도움의 돌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사무엘이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운 기념비의 이름이지만, 시 제목 ‘여기까지 나를 인도한 그가 와서’ 라는 주제는 선명하게도 성경의 에벤에셀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 그의 깊은 신앙의 깊이를 보게 된다.
시인의 시력은 깊은 신앙심과도 축을 함께하고 있다. 전문 5행의 짧은 행간에서 묵상하게 하고 있다. 형이상학적 진리 앞에 늘 인간적 물음을 올려드리며 응답을 구하고 있는 시인은 절제된 메타포어가 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의 비감을 여호와께 부르짖으며 방향성을 찾고 있다. 질그릇 같은 인간, 삶의 근원적 허무와 불안감을 하나님의 음성을 통하여 답을 얻고 있다. 질그릇은 시시 때때로 깨어져, 토기장이가 되어 새로운 시를 빚어내고 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에레미야 33 : 3>
여기까지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과 만나는 극적인 은총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회복의 감격이다. 하나님과의 교감을 통하여서만 길이 열리는 것임을,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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