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3(목)
 
외발 비둘기

김 혜 경
 
봄 햇살 가득한 오후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따스한 커피에 머핀 한 조각 든 채
흘린 빵부스러기
갑자기 어디선가 몰려온 비둘기 떼
평화라고 불렀던 새
도심 한 가운데
내 발밑이 치열한 부스러기 전쟁을 치룬다

가만히 보니
뒤뚱거리며 늦게 도착한 녀석, 외발비둘기
그 몸으로 긴 겨울나기를 했구나
깃털에 묻은 얼룩 때
그 몸을 이끌고 날개짓으로
푸드덕 거린 도시 생활, 누구도 모른다
 
남 시선 아랑곳 않고
안간힘 쓰며 균형잡고 있는
(넌 오늘도 살아보려고 하는구나)

홀로 선 외발비둘기

공원의 풍경은 한가하고 자유롭다, 벤치에 앉아 잠간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가끔 비둘기 떼가 종종거리며 사람과 벤치사이를 돌아다닌다. 사람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먹이 주워 먹기에만 열중한다.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도 콩밭을 못 잊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多義的 의미가 내포된 비유다. 산비둘기는 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그들의 언어로 노래하고 또 울기도 하겠지만 어쩌다 숙명인지 도심에 사는 비둘기는 도시인들을 닮은 듯, 왠지 고달퍼 보인다. 무위도식하며 그들의 잡식성을 염치없이 드러낸다. 바닷가 선창가에도 떼로 몰려와서 船客이 주는 과자에 매달려 살기도 하고 광장의 비둘기는 사람들 곁을 떠나지 않고 먹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장을 배회한다. 늘 안전사고에도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날개죽지가 부러진 놈, 외눈박이 비둘기, 외발비둘기도 눈에 띈다. 한 쪽 다리를 잃은 비둘기는 가엽고 애처롭다. 장애를 딛고 살아가는 새,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균형을 잡고 서야 하고 날개짓도 해야 한다. 늦게 도착했어도 먹이 주워 먹는 일에도 게으를 수는 없다. 새야 새야 장하구나. 외발 비둘기에게 팔랑개비 닮은 의족 하나 달아줄 수 있다면... 바램이다.
작은 새 한 마리 앞에 생명의 경외심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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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외발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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