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언니의 텃밭과 치매

김 윤 희

가물 가물
요즈음 보이지 않는 남펀의 안부 묻지만
몇 번이나 묻느냐면서 주위에서 손사래 친다
몇 개월 전 세상 떠난 남펀 영정 사진 기억이 없어
묻고 또 묻는다 알려줘도 금방 잊어버리고
점점 정체가 없는 터널로 빠져드는 것은
도무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평생 제자리 깊은 생에 펴서
남편과 살았던 시골집
그 마당에는 그녀의 텃밭이 있다
마당에는 각종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나비들이 이 꽃 저 꽃 춤추고
텃밭에는 고추 토마도 상치 시금치 자라고

하루 종일 텃밭에 씨 뿌리고 풀 뽑고 물 주고 잔디 깍은
그녀의 행복 텃밭에는 시간이 정지된 듯하였다

어느 날 남편과 병원 다녀온 후 요양원 생활은 모든
자유는 갇히고 텃밭이 없는 그녀의 삶은 밤이나 낮이나
시골집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생각의 실타래는 엉킨 과거와 현실은
타다 남은 심지 같기만 하다

시골집은 날마다 꿈속에만 머물고
점점 알 수 없는 지우개는 삶의 끝자락까지 따라오지만

시골집 마당 햇살은 눈부시게 옹기종기 앉아 있다
햇살은 주인 없는 텃밭에도 매일 찾아올 것이다

치매를 앓는 환자의 모습은 안타깝다.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노화가 원인이라고 하는 병, 매일 매일 세포가 조금씩 죽으며 소멸되어 가는 데도 어쩔 수 없이 견디며 순응해야 하지 않는가, 누구나 거쳐 가야 할 生의 과정이 아닐까, 짠하고 긴 여운이 남는다.
시는 단지 그 시작품 안에서 독자의 마음에 흡입되어야 한다고 믿고 싶다. 장황한 평설(評說)이나 주관적 감상은 되레 사족(蛇足)이 되지 않을까 화사첨족 이란 말을 떠올린다. 시인은 치매를 앓는 언니를 심리적 거리를 두지 않고 사붓 사붓 형상화 시켜놓고 있다. 함께 공감하며 아린 정을 보태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은 정지되어 있다 젊은 날의 아름다운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 시골집과 햇볕이 환하던 마당과 텃밭에서 사랑하던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러나 누가? 무었이? 그 형체를 지우는지, 그의 삶의 끝자락 까지 따라가며 지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이제 환등(幻燈)을 켜고 살아가고 있다. 옛날의 아름다웠던 성(珹)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하나님은 또 다른 계획으로 우리들의 종착역에서, 새로운 환승 티켓을 들고 계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1.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현수)언니의 텃밭과 치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