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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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종교인 퇴직소득의 과세기준일에 대한 소득세법일부개정안이 국회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종교인의 사례비 및 퇴직금에 대한 과세규정이 2018년부터 시행되도록 마련되었기 때문에, 이전에 적립된 퇴직금상당액은 퇴직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시민단체 및 언론에서는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모처럼 마련된 종교인과세가 일 년 만에 후퇴한다.” “직장인 유리지갑은 털고 종교인은 감세하려 한다.”, “정치인이 자기표를 의식해서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 “종교인과세 완화법은 대형교회 특혜법이다.”, “종교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치권”, “원수 같던 여야가 종교인과세 완화 앞에선 동지로” 등등 원색적 감정이 묻어나는 제목들로 넘친다.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무슨 짓을 해도 미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종교인들이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 모양이다.
이제는 감정을 걷어내고 논리적 법리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퇴직금에 관한 세법의 규정을 살펴보자. 1974년 소득세법 제4조(과세대상소득) 제4호에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받는 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수당 상여 연금 또는 퇴직금과 이에 유사한 성질의 급여”를 근로소득으로 규정되어 있었던 것을, 1975년부터는 현행과 같이 근로소득과 퇴직소득을 분리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받는 봉급 급료 보수 세비 임금 상여 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는 소득세법 제20조에서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고, “갑종(을종)의 근로소득이 있는 자가 퇴직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소득”을 퇴직소득으로 하여 제22조에서 규정하였다.
이후 퇴직소득의 개념이 2010년에는 “퇴직함으로써 받는 소득 중 일시금”으로, 2013년에는 “사용자 부담금을 기초로 하여 현실적인 퇴직을 원인으로 지급받는 소득”으로 바뀌었다. 용어의 변경은 있었을 지라도 퇴직소득은 근로소득이 있는 자가 퇴직 시 지급받는 소득으로 한정됨은 변함이 없다. 바꿔 말하면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중의 일부를 적립하였다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퇴직소득이라는 말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닌 자가 지급받는 일시금은 퇴직소득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를 염두에 두고 종교인 퇴직소득으로 돌아가 보자. 소득세법시행령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은 2018. 01. 01. 이후 발생하는 소득 분부터 과세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과세기준일 및 과세기준금액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인하여 2017년까지 적립된 금액이 과세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과세대상 여부의 판단기준은 있다. 즉, 2017년까지의 종교인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즉, 2017년까지의 종교인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적립금도 퇴직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인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부터 하여야 한다.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1949. 07. 15. 처음으로 만들어진 소득세법 제10조 제4호에 과세근거를 두어 과세하여 오고 있으나, 종교인 사례금에 대하여는 1949년부터 2017년까지 68년간 과세하지 않았다. 그 동안 정부는 종교인의 사례금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가부를 밝힌 적은 없으나, 언론(한겨레 타임라인, 세금을 허하라-종교인 과세 논란 46년)의 보도에 의하면, 1992년 국세청은 성직자의 과세문제에 대하여 “강제 징수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성직자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공식발표 한 적이 있고, 2006년에는 성직자에게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은 국세청장의 직무유기라는 한 시민단체의 고발 건에 대하여 “종교인에 대한 과세의무가 명문화돼 있지 않고, 건국 이후 성직자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은 관행 등에 비추어 비과세를 국세청장의 고의적 직무태만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한 적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후에도 정부는 종교인에 대하여 소득세를 강제징수 하였다거나 국세청장이 직무유기로 법의 제재를 받은 일이 없다. 이는 종교인 사례금은 비과세가 관행으로 성립되었으므로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읽힌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만약, 종교인 사례금이 법에 의한 과세대상이라면 자진신고하지 않는 종교인에 대하여는 강제징수를 반드시 하여야 하고 이는 과세관청의 고유의무이다. 이 고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에 의한 제재를 받아야 했음이 마땅하다.
따라서 위 내용으로 본 정부의 입장은 종교인 사례금은 근로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이상, 과세대상이 아닌 사례금의 일부를 모았다가 나중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이는 퇴직소득의 성격상 과세대상이 아님은 당연하다.
2017년까지의 적립금이 퇴직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의 논거는 또 있다. 종교인이 매월 지급받는 사례금이든 퇴직 시 받는 퇴직금이든 이를 과세대상으로 하는 세법은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만약, 기존의 법령에 의하여도 과세대상이었다면 굳이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미 존재하는 법에 따라 과세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 이전에는 과세대상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결국은 2017년까지는 종교인 사례금이 과세대상이 아니었고, 과세대상이 아닌 사례금의 일부를 모아서 나중에 지급했다 하더라도 이는 과세대상이 되는 퇴직소득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또한 당연한 논리이다.
결론적으로 1949년 소득세법이 처음 시행된 이래 68년간 숱한 논란을 거치면서도 강제징수하지 않은 것은 종교인 사례금의 비과세는 관행으로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신뢰이익은 보호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신뢰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018년 이후 발생하는 소득 분부터 적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령이 만들어졌음을 볼 때, 법 시행일 이전에 적립된 퇴직금은 과세대상이 아닌 사례금의 일부이었으므로 퇴직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다.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종교인의 일탈행위로 인하여 마치 모든 종교인이 그러한 것인 양 비춰지고 그에 따라 종교인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탈 종교인에 대한 정죄를 빌미로 하여 모든 종교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법의 법리가 잘못 세워짐은 더더욱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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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퇴직금 과세, 법리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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