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5(토)
 
후박나무를 읽다

                  이 우 림

매물도 대항마을엔 삼백 년 된 후박나무가 있다.
사람들의 오랜 쉼터, 후박나무는
대항마을 사람들의 교회
팍팍한 사람들의 숨, 후박나무는
대항마을 사람들의 절
차돌 같은 아이들의 놀이터, 후박나무는
별 꿈 비행기 선생님
바람의 음표를 기억하는 후박나무는
섬의 역사를 나뭇가지 흔들림으로 기록한다
섬은 산이다
산에는 나무가 산다
나무는 해海품길로
바다를 품고
사람을 품고
바다에 빠진 달을 품고
어둠에 잘려나간 집게발을 품고
파도가 놓아주지 않는 절벽의 멍을 품고
품고품고품고 품고품고품고
저 후박나무, 섬을 끌어안고 나를 끌어안고
후박나무를 끌어안고
끌어안고끌어안고 끌어안고끌어안고
끌어안고 있다
꼬돌개 지나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 볼 수 있다고
저 후박나무 알몸으로 앉아 있다
 
남녘의 외로운 섬 저녁답의 풍경이 그윽하다.

후박나무에 석양빛이 내려와 반짝이며 파도음을 듣고있다. 나무는 전설속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매물도의 후박나무는 섬의 성주(城主)가 된지 오래다. 거구의 당당한 위용은 태풍도 다스리고, 바다를 잠재운다. 달빛아래에서는 길 잃은 고깃배의 등대가 되기도 한다. 후박나무는 산이 된 매물도를 안다. 전설이 되어버린 나무는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달이 빠진 바다를 품고 풍어를 기원하며, 매물도의 安寧을 푸른 素祭로 하늘에 올린다. 시인은 후박나무의 성품을 알아버렸다. 그 타고난 형질을 가만히 읽고 있다. 후박나무가 매물도의 어머니가 된 까닭을 시인은 알고 있다.
1.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현수)후박나무를 읽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