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를 읽다
이 우 림
매물도 대항마을엔 삼백 년 된 후박나무가 있다.
사람들의 오랜 쉼터, 후박나무는
대항마을 사람들의 교회
팍팍한 사람들의 숨, 후박나무는
대항마을 사람들의 절
차돌 같은 아이들의 놀이터, 후박나무는
별 꿈 비행기 선생님
바람의 음표를 기억하는 후박나무는
섬의 역사를 나뭇가지 흔들림으로 기록한다
섬은 산이다
산에는 나무가 산다
나무는 해海품길로
바다를 품고
사람을 품고
바다에 빠진 달을 품고
어둠에 잘려나간 집게발을 품고
파도가 놓아주지 않는 절벽의 멍을 품고
품고품고품고 품고품고품고
저 후박나무, 섬을 끌어안고 나를 끌어안고
후박나무를 끌어안고
끌어안고끌어안고 끌어안고끌어안고
끌어안고 있다
꼬돌개 지나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 볼 수 있다고
저 후박나무 알몸으로 앉아 있다
남녘의 외로운 섬 저녁답의 풍경이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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