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이웃

신 을 소

벽과 벽 사이에
갇혀 있다
서로 알 수 없는 간극의
높이와 거리
숨통만 조금 열어 놓고
숨어 있다
잴 수 없는 마음들이

사막이다
낙타라도 있어야
옆집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참 정겨운 이름이다. 이웃은, 옛 선인들은 핏줄보다 더 가깝다는 의미로 이웃사촌이라고 하였다. 그 이야기는 이미 옛말이 되고 말았다. 고층 아파트가 도시를 이루고, 아파트를 받들고 있는 필로티의 기둥과 기둥 사이 텅 빈 공간으로 바람만 들락거리고, 한 낮은 인적도 드물어 적막하다. 간혹 우체부가 다녀간 듯 회색 우편함이 입을 벌리고 있는 곳이 요즈음  사람 사는 마을이다.
스산한 풍경은 아파트뿐 일까, 뜰에 입양된 우아한 적송이나 백일홍 나무도 외로운 자태로 뽀얀 하늘만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은 더욱 쓸쓸하다. 옆 집, 아랫집, 윗집 모두 콘크리트 벽으로 견고히 막혀있다. 현관문을 나서도 이웃과 맞닥뜨리는 일은 쉽지 않은데 드나드는 시간도 각각이니 문 닫고 들어가면 인기척도 없고, 시인은 폐쇠된 인간과 인간의 모습을 애틋한 페이소스로 깔아놓고 있다. 옆에 있어도 멀리 있고 위에 살아도 보이지 않는 그 時空이 멀다.
오순도순 모여 살던 이웃이 그립다. 담장 너머 호박 시루떡이 오가고 푸성귀 한 웅큼도 나누어 먹던 이웃은 어디로 갔는지, 사막에 낙타가 걸어가 듯 우리들의 삶은 사막이 되어 가고 있지나 않은지..., 옆집으로 들어 갈 또 다른 문은 어디 있는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비유의 말씀을 시인은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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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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