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계언론모임 최초로 법인을 설립하며, 교계 언론역사에 하나의 업적을 남긴 한국기독언론협회(회장 홍순만)가 새해를 맞아 한국교회의 행보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2일 서울 연지동 법인 사무실에서 열린 한국기독언론협회 방담회에는 그간 교계언론을 이끌어 온 각 언론사 국장급 인사들이 모여, 한국교회의 현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진단과 그에 따른 우려를 지적했다.
이날 방담회는 한국기독언론법인 이사장 강춘오 목사가 전체 사회를 맡은 가운데, 홍순만 국장, 신동명 국장, 유주형 국장, 윤광식 국장, 성종윤 국장, 김형원 주필, 최선림 국장, 이춘숙 국장 등 회원사 기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강춘오: 새해를 전망하기 전, 먼저 종교개혁 500주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지난해 맞이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다양하게 기념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목표인 ‘교회개혁’에 대한 성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홍순만: 사실 한국교회의 ‘개혁’이라는 주제를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었습니다. 교계 여러 단체에서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시했고, 특히 우리 언론협회는 종교개혁 현지를 찾아 역사탐방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춘오: 그래도 한국교회가 학술 행사, 포럼, 세미나, 기념 메달 발매, 기네스 도전 등 종교개혁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했는데 어떤 면에서 실패라고만 말할 수 있습니까?
유주형: 이미 재작년부터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며, 온갖 세속적 욕심으로 인해 타락한 교회현실에 대한 반성과 회개, 개혁의 의지를 강조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을 한국교회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 말하며, ‘제2의 종교개혁’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요? 정작 뚜껑을 연 종교개혁 500주년은 별다른 내용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문제들만 다시 언급됐고, 각 교단장이나 단체장들의 무미건조한 회개촉구 메시지만 난무했습니다.
신동명: 어쩌면 평년보다 더 부끄러웠던 한해였다고 생각됩니다. 유 국장이 말한 대로 수십 개도 더 될 법한 메시지들이 우후죽순 발표됐지만, 정작 실천으로 옮겨진 경우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한국교회의 현실만 오히려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입니다. 결정적으로 또다시 반복된 9월 총회의 다툼과 반목, 그리고 한교총의 분열은 결코 ‘제2의 종교개혁’을 부르짖는 교회의 행태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윤광식: 그 뿐 아니라,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철저히 상업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수백만원짜리 기념메달을 만들어 성도들을 상대로 판매에 나서지를 않나? 기네스 신기록 달성을 앞세워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데만 혈안이 됐습니다. 결코 반성과 회개, 경건과 각성이라는 애초의 마음가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춘오: 이러한 결과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근본 없는 ‘엘리트 주의’, 지도자라는 위치에서 나오는 ‘권위주의’에서 기인합니다. 남의 지적을 받기보다는 늘 남을 지적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은 개혁을 외치는 사람일 뿐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나 말만 하려할 뿐 실천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난 500년 전 개혁신앙의 믿음의 선진들은 모든 개혁을 스스로의 희생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지도자들은 희생을 모릅니다. 피를 흘릴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무슨 개혁을 하겠습니까?
성종윤: 그렇습니다. 일종의 ‘이신칭의’의 부작용이자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 했는데, 믿으면 구원받는다는 값싼 구원의 교리에만 너무 의존해 왔기 때문입니다. 믿는 것과 행하는 것은 하나인데 오늘날 한국교회가 무너진 것은 결국 행함이 없는 결과입니다.
△한교총의 탄생, 분열인가? 아닌가?
강춘오: 지난해 한국교회에 교회협, 한기총, 한기연(구 한교연)에 이어 한교총이라는 새로운 연합단체가 출범했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최선림: 일단 분열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새로운 연합단체가 결코 필요한 상황이 아닙니다. 결국 이것은 지도자들의 교권과 명예욕에 의한 매우 이기적인 결과물입니다.
이번 한교총의 분열을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은 철저히 대교단들 중심으로 단체가 구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앞으로의 교계가 대교단들에 의해 또 다시 분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김형원: 직접적으로 말해 한국교회의 분열의 중심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언제나 예장통합이라는 대교단이 있습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 이번 한교총의 분열에도 모두 통합측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합측은 그들 스스로는 에큐메니칼 교단이라면서 언제나 연합과 일치를 외치면서도 새로운 단체를 계속 만들어 실상은 교계를 혼란케 하는 분열을 촉발시킬 뿐이었습니다.
홍순만: 교회협(NCCK)에 소속해 있으면서 한기총을 만든 것도 통합측이고, 한기총에서 한교연(한기연)을 분열시키고, 이번에 한교총도 통합측이 주도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분열을 반복하면서도 한국교회는 언제나 통합측에 대표권을 주며, 그들의 분열 행위를 용인해줬다는데 있습니다.
강춘오: 통합측이 연합단체를 자꾸 만들어 내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이 저지른 결과들을 묵과하는 무책임한 자세입니다. 자기가 벌인 일들은 스스로 책임지는게 옳지 않습니까? 그러한 것들이 반복되면서 지금의 엄청난 혼란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김형원: 이것은 연합운동의 룰을 깨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체성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윤광식: 교계 지도자들을 보고 있자면 기독교의 근본적 정신이 있나 의심스럽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섬기러 오셨지 결코 지배하러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정신을 완전히 버린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교회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강춘오: 지난해 종교 관련 리서치 조사를 보면, 기독교 인구가 약 800만명으로 국내종교 1위로 조사됐습니다. 비록 수많은 위기에 놓여있지만, 교세 성장은 꾸준히 이뤄온 것입니다. 문제는 국내 1위 종교라는 엄청난 교세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현 한국사회를 전혀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동명: 교세만 보면 한국교회가 사회를 주도해야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교회는 이 사회의 근심거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교세와 관계없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종교는 결코 주류종교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습니다. 덩치만 키울게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유주형: 한국교회가 이 사회를 선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음을 교회 안에 가둬버렸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상에 나아갈 때 무엇보다 복음을 앞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들이 수평이동도 불사하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복음을 교회 안에 가둔 것입니다. 자신들의 교회 안에만 복음이 있음을 강조하며, 사람들을 자기교회로 끌어 모으는데만 집중합니다. 세상에 복음을 널리 전파하는게 아니라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복음을 나누고자 하는 것입니다.
성종윤: 이는 결국 지금 현 상황에 극명히 드러나는 한국교회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의 복음이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과 문화가 동 떨어져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십수년 전부터 계속되는 기독교의 정치권 진출 시도에 대해 찬반 논란이 많은데, 옳다 그르다의 논란 이전에 과연 한국교회의 복음이 제대로 국민들과 국민 문화 속에 온전히 자리했느냐를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독교 정치 참여를 얘기하며 흔히 성공사례로 꼽는 독일의 기독당은 어디까지나 오랜 기간에 걸쳐 국민정서에 기독교가 자연스레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먼저 할 것은 복음을 온전히 세상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기 교회 안에서만 복음을 나누고자 한다면 한국교회는 이 사회와 점점 멀어질뿐더러 점차 왜곡된 신앙으로 변질될 것입니다.
윤광식: 여기에 한국교회가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해 한국교회가 직접적인 행동을 펼쳐야 합니다. 특히 인본주의 사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하나된 입장을 갖고 공동의 대처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계언론대책 무엇이 필요하나?
강춘오: 시대가 바뀌며 교계언론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넷언론의 활성화로 인해 우후죽순 교계언론들이 급증하며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광고시장은 얼어붙고 독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교계언론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최선림: 교계언론에 일하며 정말 요즘처럼 힘들게 느껴졌던 적이 없을 정도로 운영이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종이값도 감당키 힘들어 매주 신문을 내기 버거울 정도입니다. 특별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수년 내 교계연합지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주형: 그 어느때보다 교계언론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기독교와 관련된 언론이 100여 개를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탓할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교계 뿐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인터넷언론은 대세이자 시대적 흐름입니다. 이는 우리의 의지로 거스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은 기사의 질입니다. 사실 100개 넘는 신문이 생겨난 것은 맞지만 그 모두가 언론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지면신문이든, 인터넷 신문이든 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아마 수년 내에 자연스레 정리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대로 의지를 가진 교계언론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자기개발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홍순만: 교계환경에서 우리 연합지들의 역할은 지극히 중요합니다. 교단이나 단체에 소속해 지원을 받고 있는 교단지들이 중립적인 언론의 역할을 온전히 감당해 내기 힘든 법입니다. 그래도 우리 연합지들은 지금은 비록 심각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아 언제나 자유로운 취재와 기사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교계의 발전과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연합지들이 맡은 역할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강춘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언론협회의 법인 설립은 교계언론 환경 변화에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계언론 발전을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낼 발판이 생겼습니다. 우리 협회와 법인은 앞으로 교계언론과 기자들의 발전을 위해 연 2회의 세미나와 국내외 수련회, 다양한 지원활동 등을 펼칠 생각입니다. 법인에 기반한 투명한 재정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교계에서도 언론발전을 위한 후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무분별한 고소고발로부터 교계언론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대비책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밝혀두면서 오늘 방담회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