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타바 강가에서
물들이는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시간이 흐르면서 습지 번지듯이
스며들게 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달빛에 젖고
빗물에 그리워하고
그림자에 밟히고
저무는 강가 카페에서
따슨 차를 마시며
목구멍으로 타고 오는 이 따스함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가슴을 이토록 적신 적이 있었던가
블타바강 저녁 노을도
붉게 출렁이며 마음을 물들이는데...
슈마바 산맥에서 발원하여 엘바강으로 흘러드는 430km의 長江 블타바 강가에서 누군가, 서 보았다면 더군다나 그 강과 어둠의 交感을 보았다면 놀랍고 아름다운 비감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김 령 숙
남의 마음 한 자락물들이는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시간이 흐르면서 습지 번지듯이
스며들게 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달빛에 젖고
빗물에 그리워하고
그림자에 밟히고
저무는 강가 카페에서
따슨 차를 마시며
목구멍으로 타고 오는 이 따스함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가슴을 이토록 적신 적이 있었던가
블타바강 저녁 노을도
붉게 출렁이며 마음을 물들이는데...
블타바 강에 밤이 오고 달빛이 내려 강물에 스민 듯 젖어서 프라하를 안으며 엘바강으로 흘러가는 긴 江의 어둠, 달빛, 강의 신비로운 조응에, 나그네 된 시인은 이국의 강을 품으며 “남의 마음 한 자락 /물들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자괴감과 아쉬움을 돌이키고 있다. 강과 노을, 밤, 달빛이 서서히 合一하며 강의 유속에 함몰하는 프라하의 체취는 깊고 그윽하지 않을까?
도도하게 흐른 강물에 저항 없이 스며드는 저 빛들의 존재는 얼마나 크고 넓은가,
따슨차 한 잔 울컥 목구멍을 타고 따뜻한 누군가의 온기를 기억나게 하고 블타바 긴 강에 노을은 온 몸 던져 붉게 물들이고 있다. 자랑하지도, 큰 소리 내지 않고 오직 혼신으로 강물에 생명의 붉은 빛을 스며들게 하고 있다, 블타바 강이 엘바 강으로 흘러가는 여정을, 유유히 함께 흐르는 까닭을, 강가에 선 나그네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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