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7(수)
 
아침 스냅 한 컷

 김 지 향

서정마을 아침
추녀 끝에 밤새 매달려 자던 뱁새 몇 마리
도르르 미끄러진다
햇빛을 따먹으려 하늘로 치솟는다

방금하늘은 명주실 한 필을 흘려버렸다
온몸이 빛으로 태어난 서정마을 아침
머리에 조금 남은 이슬을 털고
아침은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켠다
나지막한 산이 기지개를 켠다
나지막한 산이 아침을 받아 먹는다

산도 입을 열고 새파란 산새 몇 마리 날려 보낸다
포르릉- 새들은 햇빛 속을 헤엄친다
멍청히 서서 쳐다만 본다

햇빛 립스틱 바른 새들이 활짝 이슬 문 나뭇잎을 퉁기며 간다
마악 배꼽을 굴리기 시작한 하늘을 두들기며
까불까불 리듬을 차며 갈잎을 따서물고 간다
새벽 기도 마치고 오는 아낙네 몇은 신기한 눈빛으로

산과 숲, 하늘과 온갖 생명이 눈을 뜨는 아침이다. 피사체를 생생하게 스냅 사진으로 포착 한 듯 입체적 구도로 펼쳐 보인다.
온몸이 빛으로 태어난 서정마을은 어디 쯤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지상의 파라다이스가 이 마을이 이라고..., 세상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있다. 주제인 ‘스냅 사진 한 컷’은 어원적 의미에 이미 이 시에 담을 은유로 엿보인다. 없어질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스냅 한 컷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체의 숨은 비의(秘義)를 알아내고 감탄한다. 언어가 스프링과 같이 튀어 오르고 있다. 찬란하되 수선스럽지 않은 살아 움직이는 행간에 빠져든다.
뱁새 몇 마리 / 하늘은 명주실 한 필을 흘려버렸다/ 나지막한 산이 아침을 받아 먹는다 / 새들은 햇빛 속을 헤엄친다.  
모든 존재들이 드넓은 우주의 주역이 되어 영롱한 시경(詩境)에 잠겨들게 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우주 만상은 새롭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침과 저녁의 빛깔이 변화무쌍 하지만 이 또한 순간에 지나간다. 서정마을 아침의 아름다움도 흐르고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라고 지혜자는 고백하지 않았는가,
순간의 사진 한 컷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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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아침 스냅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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