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전 강서대 총장)
“오늘도, 내일도 여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서서 날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계속 기다릴 거야.” 유명한 SBS 드라마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중에서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이다. 팰자는 이 드라마의 1,2,3부를 모두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시청했다. 목사인 필자가 얼마나 목사다운가를 묻는 질문 앞에서 이를 대신해 주는 드라마로서 목사를 의사로 대입해서 이 드라마를 반복하여 시청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의사,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대답은 목양 현실에서 목사임을 고미하는 필자에게 매우 진지한 참고가 되었다.
돈과 의사의 명예만을 추구하는 병원장을 향하여 “난 믿고 있어. 아직은 의사 사장님보다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은 애들이 더 많다고 말이야”라는 일갈로, 험한 분야의 의사보다 우아한 기업 병원을 원하는 자들에 대하여 일갈하는 장면에서도 ‘목사 사장님’의 이미지가 떠올라 명치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병원 이사장의 사주를 받은 감사요원에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건 좋은데, 우리 못나게 살지는 맙시다. 사람이 뭣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나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라며, 목적지향적인 저돌적인 무례한 인간에게 대한 일갈이 있다. 제자들에게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마.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라는 대사에서 왜 의사인가? 왜 의사로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있다.
지금 의료대란은 의사들의 절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의사답지 못함 때문이다. 지금 그들이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은 대통령도 정치인도 아닌 국민의 멱살이다. 그것도 생명의 목줄을 잡고 정부를 향하여 시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의사 가운을 입는 순간부터 그들의 의술과 지식은 자신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들 주관적으로 결정하고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민주 사회에서 대중과 개인의 생명에 관련된 직종은 절대로 자신들의 이익이 행동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도 적어도 ‘종교인’, ‘교육자’, ‘군인’, ‘의료인’의 신념과 가치는 바뀌면 안된다. 그런데 지금 필자의 눈에 보이는 의료인들은 ‘의사 사장님’들로 보인다. 의사들이 열심히 살려는건 좋은데 못나게 살면 안된다. 의사가 뭣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나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의사들은 의사들이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면 안된다.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의사의 의사다움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
여론은 싸늘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임박한 4.10 총선을 앞둔 각 당의 의료대란 계산서의 총액이 다르다. 만일 의사들이 이 계산서를 의지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의사가 아니다. 의사가 생각하고 바라봐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정치적 사고를 시작한다면 ‘의사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의사들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의 수작에 놀아나면 안된다. 정치인들의 특기 중 하나가 절박한 사람들의 심리나 환경을 활용할 줄 아는 기술자들이다. 그들이 교사들과 공무원을 망가뜨렸다. 이제 의사들이다. 의사의 의사다움을 포기하는 순간 의사는 정치인들의 먹음직한 먹이감일 뿐이다.
교사들이 교사다움을 스스로 포기하고 월급쟁이 노동자로 자처하며 전교조를 만드는 순간 이 땅에 교육이 무너졌다. 필자는 최강의 낭만닥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사다움만은 잃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며 그 기다림이 절실한 국민들 곁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다림이 오래 가지 않기를 기도하며, 이를 기회로 진정한 이 시대의 반듯한 의사 윤리가 확립되고, 풍족한 의사 인력과 개선된 의료 환경을 조성하여 세계적 한류 의료가 지구촌 곳곳으로 뻗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