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표)
대법원이 헌법 제20조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 대하여, 지자체의 행정명령보다 못한 것으로 해석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9월 당시 광주시의 모 교회에서 성도들이 예배 드린 것을 지자체장이 행정명령을 어겼다며 ‘종교의 자유’를 현격하게 침해한 것을,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
당시 광주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관내에 있는 모든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금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교회는 성도들 30~40명이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것이 예배 준비를 위한 9명까지의 입장 제한을 어겼다는 것으로, 담임 목사 등에게 벌금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해당 교회는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부당함을 호소하며 행정소송을 벌였는데, 1심 재판부는 각하(却下-법원이 심리하지 않고 사건을 끝냄)를 했고, 2심 재판부는 기각(棄却-법원이 판단하는 것을 물리침)을 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교회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즉 제대로 된 심리도 없이, 종교의 자유보다 공익의 목적이 중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여도(물론 이것도 문재인 정권하에서의 행정편의주의라고 본다) 법원의 판결은 달랐어야 했다. 즉 ‘종교의 자유’에 관한 것은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교회들은 철저하게 정부에서 주문하는 대로 ‘방역수칙’을 지켰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교회에서 정기 예배를 통한 코로나 확진자는 없었다. 그런데 교회만 유독 ‘고위험군’으로 지정하여 현장예배(대면예배)를 제한한 것은 형평성, 공정성, 평등성, 비례원칙, 정교분리원칙, 종교의자유 등을 크게 제한한 잘못이다.
헌법에는 여러 가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가 있다. 그래서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어떤 자유가 우선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자유의 개념’은 성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고, 이를 헌법에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자유 가운데 ‘종교의 자유’가 으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각급 법원들이 이에 대한 정확한 심리나 판결 대신 각하와 기각을 하고, 대법원마저도 ‘집합 금지로 제한되는 종교의 자유가 공익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과연 우리나라의 대법원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의미나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2021년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교회들이 서울시장과 은평구청장이 내린 대면 예배 금지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 결정에서 ‘교회의 대면 예배 전면 금지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한 적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귀한 권리로 인정받아야 할 ‘종교의 자유’를 소송을 맡은 법원들이 서로가 미루고, 떠다밀고, 그것을 끝내 용인해 주는 사법부의 태도는 실망 그 자체이다. 차후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밀어붙여’식으로 ‘종교의 자유’를 아무렇지도 않게 유린하겠다는 것인가?
법원이 지나치게 정치적이 되고 법의 정신과 정의를 외면하고 그저 두루뭉술하게 그 판단과 결정을 미루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마저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이를 어찌 ‘법치주의 국가’에서 가장 법률적 권위를 가져야 할 법원의 태도라고 할 수 있는가?
유사한 사건들이 남아 있는데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볼 것이다. 법관들의 치열한 법리적 해석과 판결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특히 대법원은 말 그대로 ‘법 정신’을 명확히 할, 법원 조직의 최고 상급심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