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06(일)
 
  • 사실상 통합 아닌 흡수··· 제국주의적 발상에 한기총 강력 반발
  • 합의안의 진짜 노림수는 ‘3대 종단 협의체’ 종교계 기독교 대표권 획득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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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가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의 도를 넘는 행태에 끝내 격분했다. 한교총이 보내온 '통합 합의안'이 통합 제의라기보다는 일방적이다 못해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는 것인데, 무엇보다 한교총의 목적이 애초 통합이 아니라 '3대 종단 협의체'를 노린 것으로 보여 불쾌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95, 서울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 본부에서 긴급 임원회를 열고, 한교총이 보내온 '연합기관 통합 합의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2일 한교총은 자체 작성한 합의안을 한기총에 보내는 한편, 지난 3일 상임회장단 회의를 통해 해당 합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자연스레 '통합의 공'은 한기총으로 넘어간 상태, 한기총이 합의안을 거부한다면 의도와 관계없이 통합을 깬 장본인이 되기에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임원회가 열리고 한교총이 보내온 합의안이 공개되자, 회원들의 분노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명예회장 김용도 목사는 "이건 한기총을 통째로 갖다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공동회장 박홍자 장로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다. 통합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결정적으로 한 회원은 한교총의 합의안이 "사실상 한기총을 향한 협박이라 생각될 정도"라며 통합은 고사하고 절대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통합에 대한 동등한 제의 아닌 일방적 굴복 요구

대표회장 및 인선위원장 모두 한교총··· 한기총은 이름만 내놔라?

 

그도 그럴 것이 한교총이 작성한 통합 합의안은 이기적인 수준을 넘어 매우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통합의 파트너로 정중히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비춰질 정도다.

 

가장 문제는 지도부다. 통합 이후 대표회장을 포함한 주요 요직, 주요 회의체를 사실상 한교총이 독점하겠다는 내용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통합 대표회장은 오정호 목사(한교총 통추위원장)가 맡는다. 대표회장 인선에 대해 논의를 요구하거나 양 대표회장이 함께하는 공동 대표회장제를 제안하지도 않고, 한교총의 오정호 목사를 아예 못박았다.

 

주요 회의체 역시 모두 한교총이 독식하게 된다. 기본적인 공동대표회장단은 한기총측에서 추천한 1인만 들어갈 수 있으며, 상임회장단은 한기총에서 추천한 단 3인만 포함한다. 들러리조차도 내줄 수 없다는 태도다.

 

결정적으로 매년 대표회장 선임을 담당하는 인선위원회의 위원장을 현 한교총 대표회장인 장종현 목사가 무려 3년간 독식하는 안이 들어있다. 인선위원회는 선거를 없앤 한교총에서 대표회장의 선임권을 지닌 실제적 권력기구로 장종현 목사가 2년 전 인선위의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대표회장 문턱에서 고베를 마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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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탐냈던 종교계 기독교 대표권 끝내···

종지협회원권 얻지 못하자 새로운 종교 협의체 구성 노려

 

그렇다면 한교총은 대표회장과 인선위원장, 여기에 상임회장단 공동회장단의 주요 회의체까지 완전히 독점하는 반 민주적 합의안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통합을 원했다면, 상식적으로 이런 합의안을 도출키는 어렵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한교총의 진짜 노림수는 마지막 8항인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에서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한교총은 합의안 1~7항까지 양 기관의 통합에 따른 합의 내용들을 언급하다가 갑작스레 8항에서 뜬금없이 '3대 종단 협의체 구성 : 통합이 무산된 경우, 한교총이 중심이 되어 3대 종단(기독교 불교 천주교)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를 등장시킨다.

 

통합을 제의하면서, 통합의 무산을 염두하는 매우 비상식적인 태도에 더해, 한교총이 3대 종단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한기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명령(?)을 보탠다. 한 마디로 통합이 깨지면 자기들이 불교, 천주교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인데, 한기총은 이를 막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교총은 뜬금없이 양 기관의 통합 합의안에 '3대 종단 협의체'를 넣었을까? 그것은 바로 종교계에서 갖는 기독교의 대표권을 한교총이 갖겠다는 의도로 추론된다.

 

여지껏 종교계에서 기독교의 대표권은 줄곧 한기총이 가져왔다. 한기총이 직접 설립 멤버로 참여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가 바로 그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한교총이 종지협 내에서 한기총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기독교 대표로 서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시도를 폈었는데, 내부의 거부로 매번 무산됐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한국교회 95%를 포함하는 대표라고 말하지만, 실제 종교계에서의 대표는 여전히 한기총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통합은 한교총에 있어 기독교의 대표권을 득할 매우 유효한 기회다. 한교총 입장에서 만약 통합이 성사된다면, 자연스레 한기총이 갖고 있던 기독교 대표권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통합이 되지 않더라도 불교, 천주교 등과 따로 종단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또다른 기독교의 대표권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지난해부터 그토록 탐내던 종교계 내 기독교의 대표권을 어떤 식으로든 얻겠다는 계산이 바닥에 깔린 셈이다. 여기에 최근 한교총은 천주교, 불교의 대표와 만남을 갖고 이를 보도자료로 언론에 분출하며, 한기총을 향해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한기총의 역공 “WCC 다원주의 단체와 통합 안해

한교총의 불분명한 신학 정체성 정면 지적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몰염치한 합의안에 한기총은 한교총의 WCC 문제로 응수했다.

 

증경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한교총은 WCC, WEA, NCCK, 다종교, 동성애 찬성 교단들이 있는 곳이다. 나무아미타불아멘을 하는 교단들도 있다""우리가 이런 것을 아는 이상 하나될 수는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저들과의 통합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권태진 목사 역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야 한다. 이를 혼합한 한교총은 해체해야 한다""WCC의 회원교단들이 함부로 이단을 운운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한교총의 태생적 한계도 지적됐다. 엄 목사는 "한교총은 애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조율하겠다고 나온 조직이다. 자기들은 절대 단체를 구성치 않겠다고 하더니, 결국 단체를 만들어 한국교회를 혼란케 했다""한국교회는 진보의 NCCK, 보수의 한기총 두 곳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이러한 입장을 성명서에 담아 한국교회에 발표했다. 통합 무산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한교총의 불분명한 정체성 때문이라는 회심의 역공이다.

 

한기총은 "한기총은 보수 연합기구이지만, 타신학을 배척하지 않고 존중한다. 그러나 신학이 다른데도 단순히 모여있는 것을 연합이라고 보지는 않는다""한기총이 개혁보수신학과 신앙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의 통합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결코 타협할 수 없고, 타협해서도 안되는 성경적 가치가 있으면 그 절대성을 지켜야 한다"고 선포했다.

 

이로써 한기총은 자신들에 넘어온 '통합의 공'을 다시 한교총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교총이 합의안에 일방적으로 명시한대로 '3개 종단 협의체'를 구성을 강행할 지 귀추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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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한교총의 통합 합의안 거부··· '현대판 을사늑약'에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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