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문학상 천상병귀천 문학대상 이어 황순원 문학상까지
- 소강석 목사 "화해 평화, 사랑과 용서가 가득한 꽃씨와 같은 시 쓰고파"
- 심사위원들 "종교적 표현 없이 정신과 신앙의 높은 수준 구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시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제13회 황순원 문학상을 받았다. 소 목사는 윤동주 문학상, 천상병귀천 문학대상에 이어 황순원 문학상까지 섭렵하며, 목회자가 아닌 문인으로서 문학계의 큰 인물로 우뚝 섰다.
시상식은 지난 9월 6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황순원 소나기 마을에서 열렸다. 소강석 목사의 수상 소식이 일찌감치 알려진 탓에, 이날 소나기 마을에는 평일임에도 축하객들로 북적였다.
심사위원들은 소강석 목사의 시집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에 대해 "서정적 어조와 분위기의 부드럽고 감동적인 언어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시적 묘사가 탁월했다"며 "무엇보다 목회자로서 종교적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서도 정신과 신앙의 수준 한껏 고양한 시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문인들도 대거 함께했다. 소나기마을 김종회 촌장을 포함해 김소엽 시인, 황충상 작가, 김주성 작가, 안영 작가 등이 현장을 찾아 소 목사의 수상을 축하했다.
김소엽 시인은 "소 목사님은 목회자이면서도 벌써 10여권이 넘는 좋은 시집을 내셨다. 매번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언어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성공한 작가로 우뚝 섰다"며 "좋은 작품은 하나님의 창조적 영감을 얻을 때 가능하다. 그 영감으로 자기만의 스타일로 개척해야 각광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도 개척자 정신으로 더 많은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축하했다.
불교적 세계관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황충상 작가는 기독교 영성을 담은 소 목사의 작품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보였다. 황 작가는 "소 목사님은 내가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계간 문학나무에 2년째 성경 인물 시를 연재하고 계시다"며 "소 목사님의 변별력있는 오페라 설교가 평소 나의 문학 혼에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소 목사는 최근 받은 심장 스텐트 시술로 절대적 안정이 필요함에도 현장을 찾아 직접 수상대에 올랐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너무 오고 싶어, 무리를 했다. 이 곳에 오니 황순원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전문 문학인도 전업 시인도 아니다. 한사람의 목회자로서 하나님과 사람, 자연에 대한 사랑과 위로, 희망의 노래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황순원 문학상의 순수와 절제의 서정성을 가슴에 새기며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열어가는 꽃씨와 같은 시들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외에도 작가상은 김선주 소설가가 선정됐으며, 황순원양평문인상 대상은 박문재 시인이, 우수상은 김기상 수필가·소영민 시인을 선정했다. 수상작으로는 김선주 작가의 소설 『함성』(도화), 그리고 박문재 시인의 시집 『겨울 고해』(세인출판)이 선정됐다.
한편, 황순원문학상 시상은 양평군·경희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황순원문학제의 일환으로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소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작가는 김동리, 김승옥 작가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며, 그의 작품은 절제미의 최고 절정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