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강서대학교 전 총장)
지금 나라 안팎이 온통 난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급기야 북한군까지 이 전선에 투입되는 극단의 상황에 이르렀다.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현실이 되고나니 심란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렇다고 국내 정치 현황이 공고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조차도 위험하고, 여당은 분렬하고 다수 야당은 폭주하고 있다. 책임있는 인사는 없고 비판적 인사들의 말의 잔치는 절망적인 지금, 여기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최고 지휘권자이며 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모든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해소할 의무와 권리 역시 자신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재임기간에 치러진 총선에서 대패했다. 대선의 승리는 총선 승리의 견인차임에도 총선의 대패는 누가 뭐라고해도 이 원인자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에게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절망 원인이다. 정권 말까지 윤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끌고 갈 것인가? 정치와도 경제와도 외교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김건희 여사의 문제를 털지 못해 문제 삼은 야당을 탓하고, 이를 다투는 여당 대표를 탓하고, 알아주지 못하는 여론을 탓하며, 돌연히 찾아올 어부지리를 기다리는 모습이 통탄할 지경이다.
대통령 주변에는 유능한 검사 빼고는 그리도 사람이 없는가? 어쩌면 두는 수마다 패착이고 졸수 투성이니, “하수(下手)는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다”라는 바둑교훈이 딱 이 상황이다. 사실 윤 대통령의 성적표가 지표상으로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외교는 물론 내치도 시비에 시달려 그렇지 정황에 비추어 선전하고 있지만, 정치만이 낙제점이다. 그 낙제의 중심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 사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가? 여당 대표를 조건 없이 만나 주는 것이 그리 문제가 되는가? 야당 인사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힘든가? 솔직 담백한 직진 스타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윤 대통령의 지금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견풍전타(見風轉舵)라는 말이 있다. 바람을 보고 키를 돌리라는 말이다. 바람을 거슬러 키를 돌리면 배는 제자리를 돌거나 옆으로 회전할 뿐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도 사공은 바람을 탓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그 바람을 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가 힘들지 않도록 키의 방향을 잡아야만 배도 사람도 화물도 안전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배에 항해술이 뛰어난 선장이라고 할지라도 그 항해 중에 돌연히 나타날 위기 상황에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바다라고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차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선장으로서는 여간 중요한 자질이 아닐 수 없다.
야당도, 여당도, 국민도, 외국도, 김정은도, 푸틴도 대통령의 실책과 허물을 상쇄해 해줄 요인이 되지 못한다. 이 모든 난관들이 모두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상황일 뿐이다. 그것은 탓할 대상이 아니요, 넘어야 할 대상이고 힘을 얻을 동지가 될 수 있다. 상황을 부정한다고 해결되면 세상에는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 여하간 그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다. 그 키를 운전할 자신이 없으면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 야당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쥐어준 대권은 그렇게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장 큰 적이 앞에서 아부하는 가신에게 있음을 살펴야 한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양약(良藥)은 고구(苦口)이나 이어병(利於病)이요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이라는 말을 명심하여야 한다. 충언하는 각료와 측근을 귀히 여겨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