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만섭 목사(화평교회)
유명 정치인 한 사람이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3심의 형을 확정받아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그에 대한 재판은 무려 5년여를 끌어왔다. 죄목도 많다. 아들의 학사 입시부정 행위에서, 학생출결관리 업무방해 유죄, 미국 대학 온라인시험 부정행위 유죄, 대학원부정지원 유죄, 법전원 부정 지원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유죄를 받았다.
또 딸의 입시 부정행위에서,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지원에서 위조공문서행사 유죄, 허위작성 공문서행사 유죄, 위조사문서행사 유죄, 업무방해 유죄, 의전원 장학금에서 청탁금지법위반행위가 유죄를 받았다. 그리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서, 특별감찰반관계자상대권리행사방해 유죄를 받았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법원 판결 확정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1심 결과가 나오는데만 3년 2개월이 걸렸다. 거기에는 판결을 연기해 주려는 한 여자 판사의 숨은 노력(?)까지 있었다. 그리고 보통 유죄가 나올 경우, 일반인 같으면 바로 ‘법정구속’인데, 그는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나왔는데도 구속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그는 새로운 당을 만들어 총선에 출마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당 대표까지 꿰차게 되었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바로 구속되지
않고 며칠의 말미를 얻었다.
그가 청와대의 민정수석을 거쳐 2019년 8월 법무부장관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그로 인하여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당시 대통령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검찰개혁을 희망한다’고 하였다. 그가 누구인가? 전 00혁신당 대표였던 사람이다.
그가 법의 단죄를 받던 날, 그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서도 이를 인터넷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전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에게도 유죄가 떨어졌다. 그는 이미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준, 업무방해 행위로 작년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재판이 늦어지는 바람에 국회의원 4년 임기 가운데 83%를 채운 뒤였다. 우리 사회에서 주목을 받은 그는 형을 2년 마치고 나서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어 그가 꿈꾸던 막강한 권력을 또 잡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구속을 앞둔 가운데에도 ‘더 탄탄한 사람으로 돌아오겠다’고 하였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세상에 이런 권력이 있을까?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그렇게 욕을 먹어도 권력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일찌감치 주목을 받던 사람이다. 특히 언론들이 주목했는데, 그가 30대이던 2004년 한겨레신문은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선정하였고, 2006년 경향신문은 ‘한국을 이끌어갈 60인’으로 선정하였고, 동아일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하였다. 과연 우리 사회를 빛내는 인물이 되었는가?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했고, 강남 좌파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그가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이용하여, 온갖 죄목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권력의 상징인 국회의원직을 잃고 죄수의 몸이 된다는 것이 다행스럽다기보다 서글프다. 입시 비리나 부정은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들을 저질러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면, 평생을 반성하며 살겠다고 용서를 구해도 시원치 못한데, 더 맑고 탄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도대체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신뢰해야 하나?
16일 입감(入監)하던 날도 지지자들 앞에서 ‘국민 여러분...’을 찾으며, 마치 자신이 대단한 애국이나 구국(救國)의 출정식을 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지자들과 함께 ‘내가 00이다’라는 구호를 힘차게 여러 차례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도대체 염치(廉恥)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향하여 환호성을 지를까? 서민들은 교통법규 하나만 어겨도 마음이 불안하고 미안한데, 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반칙이나 잘못이나 실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리도 떳떳하고 당당할까? 도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교육일까? 인성일까? 성격일까? 진영논리일까? 아니면 지지하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판단과 생각이 흐려진 때문일까? 이런 기현상을 보면서 답답해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간절히 성탄으로 오신 예수님이 생각난다. 그래, 그분께서 죄인들을 위하여 이 땅에 오셨으니,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죄와 허물을 깨닫고, 그분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불가사의(不可思議)할 정도로 미련하고 어리석은 것이 모든 인간이 아닌가? 그런 죄악되고 연약한 인간들에게 하늘의 긍휼과 은총이 내려지는 2024년 성탄절이 되기를 간구(懇求)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