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목사 “현재 정직 상태··· 설마 설교했는데 (교단이) 쫓아내겠나?”
- ‘출교’에서 ‘정직’으로 감경했던 총회재판부의 ‘솜방망이’ 비난 더욱 거세질 듯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서 동성애자 축복식을 거행해 감리교 총회재판부로부터 정직(10개월) 처분을 받은 윤여군 목사(남산교회)가 올해 퀴어문화축제에 다시 선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올해는 단순 축복식이 아닌 단상에서 발언까지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정직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4일, 퀴어문화축제가 한창이던 서울 청계천 무대에 윤여군 목사가 등장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서 동료 목회자들과 축복식을 진행하며 교단은 물론 교계적인 물의를 일으킨 그가 자숙을 해야 할 정직 기간에 보란듯이 퀴어문화축제의 단상에 다시 오른 것이다.
윤 목사는 무대에서 자신의 성을 '남성'이라고 밝혔다. 퀴어는 성에 대해 남성, 여성 외에도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 등 여러 성을 인정하고 있다. 사회자는 윤 목사를 소개하기 이전에 감리교가 말도 안되는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교회가 혐오가 아닌 사랑의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일부 기독교인의 차별과 혐오를 인정하며 자신이 대신 사과키도 했다.
그는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해서 교단으로부터 정직 10개월을 받았다. 이OO 목사도 출교 됐고, 차OO 목사, 남OO 목사, 김OO 목사도 현재 출교된 상태다. 그래서 이 자리는 내게 조금 위험한 자리"라며 "이렇게 자유롭고 평화로운데 내게 위험한 자리라고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한 일처럼 여겨지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고 운을 뗐다.
이어 "허나 목사가 얘기하면 그것이 설교이기에 여러분이 아멘 해주시면 이 자리가 내게 매우 안전해진다. 설마 설교했는데 쫓아내겠나?"라며 앞으로의 논란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목사는 지난해 감리교로부터 징계당한 동료 목사들의 구제를 위한 서명에도 적극 참여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들을 위한 부스도 설치됐다.
반면 이번 사태로 감리교 내부는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윤 목사의 행위는 교단의 치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동성애 축복식 가담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의 화살은 다시 감리교 총회재판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본래 그의 소속 연회에서는 그를 교리와장정(감리교 헌법)의 최고 징계인 '출교' 처분 했지만, 총회재판부에서 10개월 정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당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내부의 비난이 들끓었지만, 총회재판부는 이를 수정치 않고, 정직을 유지했다. 허나 당사자가 자숙치 않고, 보란듯이 올해 퀴어문화축제에 재등장한 것은 사실상 총회재판부를 겨냥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감리회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찬호 감독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교단의 권위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연회에서의 출교 판결을 총회재판부가 정직으로 감경했을 때에는 반드시 '자숙'이 들어가 있다. 죄는 인정하되 자숙하라는 것이다"며 "허나 이번 윤 목사의 행태는 죄도 인정치 않고, 자숙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회재판부의 치리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총회재판부가 교리와장정을 벗어난 솜방망이 처벌을 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사실상 총회재판부까지 조롱당하는 사태가 된 것인데 교단이 중심을 잡고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세워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