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나의 믿음의 아들 승혁아, 너무 이른 편지를 쓰는구나. 아니, 쓰지 않아야 할 편지를 쓰고 있구나. 어쩌면 부쳐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편지를 쓰는지도 모르지. 겨울의 세찬 바람은 여전히 차갑고 봄은 오직 멀었는데, 너는 왜 이리 일찍 먼 길을 떠나고 말았느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한 줄 아느냐. 얼마나 너를 믿었는 줄 아느냐. 내가 너에게 수십 번 이상을 말했을 것이다. “너를 새에덴의 차세대 기둥 같은 장로로 삼고 싶다. 내 아들이 혹시 정치를 하더라도 후원회장이 되어 곁에서 힘이 되어주어라.” 나하고 약속했잖니? 마지막 기도를 받으러 올 때도 내가 권면을 했지 않느냐. “왜 가려고 하느냐? 새에덴의 장로가 되어야지. 안 갔으면 좋겠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느냐. 너를 더 강하게 붙잡지 못한 게 이리도 가슴 아프게 다가올지 누가 알았겠느냐. 다음이라는 말이 왜 이리도 애절하고 간절하게 느껴지는지... 우리는 이제 다음이라는 말을 나눌 수 없게 되었구나. 너에게 나의 말이 잊혀진 사랑처럼 들려졌던 건 아닌지... 그러나 이 모든 것도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는 사실을 네가 천국에 가보니 더 잘 알 것이다.
토요일 오후, 해외로부터 전해 온 너의 부고를 듣고 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단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충격과 비통한 슬픔에 참척의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주일예배 강단에 서서 말씀을 전해야 했다. 이 얼마나 설교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역설이냐. 나는 ‘예수님의 언어 습관, 긍정 희망’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외쳐야 했다. 가슴에는 사무치는 비애와 뜨거운 눈물을 쏟으면서도, 우리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전하며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과 희망을 외쳐야 한다고 했다. “축복은 순종의 강으로 흐른다. 말이 씨앗이다. 좋은 종자를 골라서 심어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천국에 가보니 얼마나 좋고 행복하냐. 이 땅의 모든 슬픔과 짐을 다 내려놓고 주님 품에서 안식을 누리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오히려 네가 부럽다. 다윗이 요나단의 죽음을 애통해한 것처럼 나 역시 장례 일정 내내 단 한 번도 검은 넥타이를 풀어본 적도 없고 검은 넥타이를 맨 채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장례예배 때마다 눈에 눈물이 흘러 내렸지만 결코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마저 상한 갈대가 되면 어떻게 되겠니. 나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으면서도 네가 천국에서 얼마나 기뻐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소망을 가졌단다. 나도 때가 되면 너처럼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하였다.
너의 삶은 짧았지만 굵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지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너의 죽음은 천국에 간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동시에 소망을 가져다주었다. 너의 삶은 참으로 위대했다. 너의 삶은 아름다웠다. 네가 살아온 모든 발자국들이 천년의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을 궤적으로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천승혁 안수집사여, 잘 가. 우리 천국에서 환한 미소 지으며 다시 만나자. 필립, 엘림, 시온이는 김찬호 장로님과 함께 잘 키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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