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얼마 전부터 제 몸에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탈진의 전조 증상이라고 할 수 있죠. 작년에도 그랬지만, 2014년도에도 탈진을 경험한 것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때 저는 레위기를 중심으로 한 ‘거룩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성경 중에서 가장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성경이 레위기이거든요. 물론 그 이전에 제가 ‘레위기의 산을 정복하라’는 책을 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거룩과 정결이라고 하는 주제로 레위기를 써 갔습니다. 그때 곤지암기도원에서 원고 정리를 하는데 너무 거기에 정신을 쏟아부으니까 메스꺼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원고를 책상에 두고 계곡 위에 만들어 놓은 정자에 누워 있거나 산행을 하면 그런 현상이 없어지는데 그 원고만 붙들고 씨름하면 메스꺼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혹독한 탈진의 대가를 치르면서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유익이 되는 책을 펴내는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차원의 탈진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특이한 문화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관계를 돈독히 하며 그냥 믿음으로 강단에 헌금을 하면 좋은데, 담임목사에게 기도를 받고 싶어 하는 문화가 굳어져 버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담임목사에게 기도를 받으면 대부분 응답을 받고, 또 담임목사는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한꺼번에 집중이 되어 버리면 피로감이 극도로 쌓이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한다든지 하면 찐이 빠질 이유가 없죠. 그러나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순간 저는 영적 전쟁을 해야 합니다. 큰 소리로 기도하지 않아도 기도를 하는 순간 기도 받는 분의 가정의 영적 상태 또 마음 상태를 읽으면서 찐을 빼는 기도를 하게 되거든요. 이걸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기도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와중에 장충식 장로님의 장례식을 섬겼죠, 그러고 나서 연거푸 이루어지는 심방과 기도로 저는 그만 영혼의 진액이 점점 빠져나갔습니다. 다건연세내과에서 피검사를 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김용선 장로님은 잘 먹고 잘 쉬는 게 답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주일 저녁예배가 끝나고 본당에 가서 하나님께 간곡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여, 이러다가 완전 탈진을 해버리면 미국에서 열리는 제20차 한국전 참전용사 행사해도 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연약하고 초라한 종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그때 하나님의 조용한 음성이 제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너는 기도를 할 만큼 했으니 일단 쉴 수 있을 만큼 쉬어봐라. 좋은 수액도 맞아라. 그리고 맑은 공기를 쐬며 운동을 하거라. 너의 마음에 툭 터지는 느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로 주일설교를 준비해 놓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야간 골프를 하였습니다. 골프만 하는 게 아니라 라운드를 돌면서 빵도 먹고 과일도 먹으며 계속 체력을 보충해 갔습니다. 야간 골프를 하고 오니 어느새 가슴이 조금씩 조금씩 터지기 시작한 것 같고 잠도 잘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운동을 하는 순간순간에도 주님을 놓치지 않으며 공을 쳤습니다. 그래서 수요일 오후에는 주일설교 영상을 녹화하였고 좀 더 많이 회복된 상태로 미국을 갈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도를 할 때는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그 메스꺼움이 오히려 저로 하여금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고 약할 때 강하게 하신 주님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헌신한 성도들을 생각할 때 그들의 헌신이 저로 하여금 오히려 역설적인 새로운 힘과 마음에 든든한 터전이 되어줌을 느꼈습니다. 성경을 보면 모세도 탈진을 하였고 엘리야도 탈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탈진을 하나님께서 하루 아침에 회복시켜 주실 수도 있지만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을 동시에 주시면서 서서히 회복하게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의 특별은총과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탈진을 회복하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어느 정도 편한 마음을 가지고 출국을 할 것입니다. 거기서도 시차를 잘 적응하고 행사도 잘 마무리하며 돌아오도록 기도할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특별은총, 때로는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새 힘을 주시고 반전을 일으켜 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죠. 성도 여러분들께서 저와 6.25 참전용사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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