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덮어놓고 무조건 ‘통합’, 새로운 ‘분열’ 야기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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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9월, 한국교회 대통합의 서막을 열겠다던 대신-백석의 통합이 결국 법원에 의해 무효로 돌아갔다. 서울고법은 지난 6월 15일 예장백석측과의 통합을 결의한 지난 2015년 9월 예장대신측(당시 총회장 전광훈 목사)의 총회에 대해 다시 한 번 불법임을 확인했다. 1심에 이어 또다시 내려진 이번 판결로 사실상 대신-백석의 통합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결로 대신(백석)측 내부는 이미 심각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 백석 수호파는 지난 9월 총회의 결의대로 하루빨리 임시총회를 열고, 백석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통합 합의서의 내용을 대신측이 어겼으니, 구 대신측에 부여된 총대권과 임원권한까지도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모두 어설픈 통합이 가져온 결과다. 통합은 무조건 옳다는 전제로 민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통합의 처참한 결과물인 것이다. 대신-백석의 통합 무효 사태가 통합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키기는 했지만, 한국교회는 이미 지난 역사에서 이와 같은 불의한 사건을 이미 수차례나 반복해서 겪어왔다.

통합과 분열의 반복되는 연결고리
한국교회는 초대 하나의 장로교에서 출발해 현재는 300개가 넘는 교단으로 갈라졌다. 하나같이 돈과 권력과 지도자의 자리를 놓고 다툰 끝에 결국은 분열을 택한 결과다. 한국교회가 80~90년대 한강의 기적에 견줄만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과도 같은 성장을 이뤘다고 자부하지만, 그 이면에는 처절한 분열이 자리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과거다. 한국교회의 성장은 분열과 함께 해왔다. 다툼->분열->신학교 설립->교세 성장->다툼->분열 등의 반복되는 분열의 굴레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지독한 추락과 맞닿아 있다.
그런 와중에 어느 순간 한국교회에 ‘통합은 무조건 옳다’는 정서가 자리했다. 워낙 분열에 익숙해있던 한국교회다 보니, 크든 작든 일단 통합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물론 통합은 옳다. 300개가 넘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통합은 한국교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과정이다. 통합은 무조건 옳다는 식의 일방적인 논리가 그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해 버렸다.
대신-백석의 통합도 문제는 과정에 있었다. 양 교단이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위해 통합을 하겠다는 공의적인 목적에는 결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거짓말, 회원들의 반대를 무시한 일방적 행보, 결정적으로 통합의 결의까지도 불법으로 진행하면서도 “통합은 무조건 옳기에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은 애초 통합의 목적인 ‘공의’를 거스르는 처사다.
과정의 중요성을 무시한 통합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다. 대신측은 한국교회 유일의 자생교단이라는 자부심을 갖던 교단이었으나, 통합 과정을 통해 수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다. 먼저 석수측이 분열해 나갔고, 이후 일부는 세력을 구성해 합동측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대신(백석)측과 수호측으로 완전히 분열했다.
두 세력이 하나가 되고자 했던 통합이 결국은 셋이 되고, 넷이 되는 씁쓸한 기적은 지금 한국교회의 가장 일반적인 통합양상이다.

문제는 통합의 ‘과정’
한국교회에 있어 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조건 GO”를 외치며, 과정은 생략하는 통합 방식은 결코 하나를 이뤄낼 수 없다. 특히 교단 뿐 아니라 교계 연합단체까지 분열과 통합을 반복하는 와중에 이러한 통합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며, 교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 교계에 있어 진심이 완전히 배제된 ‘통합’은 그저 허울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한교총을 비롯해 연합단체들이 통합을 외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진지한 논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통합’은 곧 정의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응답하고자, 그저 남보다 먼저 통합을 부르짖을 뿐이다.
지금 여타 사회가 그렇듯 교계는 진보와 보수로 심각한 대립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WCC에 대한 이견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지금이라도 먼저 WCC에 대한 보수와 진보간의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 일단 합치고 보자는 식의 통합이 계속된다면 내부의 반발은 반복될 것이고, 그것은 곧 또다른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대신-백석 통합 무효의 교훈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정이 잘못된 통합은 그게 몇 년이 됐든 결국은 치명적 문제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통합’, 그 첫걸음은 무엇인지 다시 진지한 고민을 펼쳐야 할 때다.
<차진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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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한국교회 ‘통합’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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