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친구와 헤어진 것은 중학생이 된 뒤 친구 아버지가 목사가 되어서 다른 지방의 큰 교회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세월은 물처럼 흘러 나는 목사가 되었고 목회를 하면서도 이따금씩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오곤 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생겼고 언젠가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몇 년 전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TV에서 나오는 내 설교 방송을 보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지방이었지만 친구는 사업도 잘되고 모든 것이 형통하다고 큰 소리를 뻥뻥 쳤다. 나는 먼저 전화로 사과부터 했다. “친구야, 그때는 내가 너무 미안했어. 방송 설교를 들으면서 얼마나 나를 욕했니? 미안하다. 내가 한번 내려갈게.” 그런데 얼마 뒤 전화를 했더니 결번이라는 안내 음이 흘러나왔다. 왜 그럴까, 몹시 궁금하였지만, 또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가버렸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 친구는 위암 말기
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바빠도 친구를 위해 기도해주러 한번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주쯤 뒤에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지방병원으로 내려가 보았더니 이미 친구는 하늘나라로 갔고 이제 막 발인을 했다고 했다. 아,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몇 년 전 통화할 때 이미 사업은 부도가 났고 무척 힘들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친구가 전화번호만 바꾸지 않았더라면 친구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을 텐데, 어쩌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 암도 들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친구가 죽어서야 나는 꽃다발을 들고 친구의 무덤을 찾았다. 친구의 시신은 화장을 해서 납골묘를 하였다. 나는 반 평도 안 되는 친구의 작은 무덤 앞에 고개를 떨구고 꽃다발을 헌화하며 용서를 구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이고 또 속삭였다. ‘친구야, 네가 나보다 먼저 천국에 갔구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나를 보고 있겠지. 미안하다. 그런데 그때 왜 전화번호를 바꿨어. 너랑 통화만 되었어도 내가 네 손을 잡아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인생은 왜 그럴까. 친구가 살았을 적에는 시간을 못 내고 왜 죽은 후에야 아쉬워하며 그리움을 느끼게 된단 말인가. 참으로 미련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애써 쓸어내리며 친구의 무덤 앞에 꽃씨를 한 줌 뿌려놓고 왔다.
이미 봄은 지나갔지만 무덤 앞에 꽃씨는 싹을 틔울 것이고, 올해는 피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꽃을 피우리라고 기대를 하면서. 아니, 참으로 속절없기는 하지만 내년 봄에 다시 와서 꽃씨를 뿌려야지.
실시간뉴스
종합기사
more +-
칼빈대-한국외대, ‘글로벌 프렌즈 캠프’ 성과보고회 개최
칼빈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가 다문화가정 아동의 언어 능력과 정서적 ... -
“조기 성애화와 젠더 이념 교육, 다음세대의 가치관 흔든다”
공교육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 -
[세구본 대성회 4신] 절망의 끝에서 펼쳐진 하나님의 대반전
영적으로 어둡고 혼란한 시대를 통과하는 광야의 백성들을 향해, 역사와 성... -
(사)한민족평화나눔재단-광복회, 독립운동 선양 및 보훈문화 확산 MOU 체결
사단법인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사장 소강석 목사)과 광복회(회장 이종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