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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육림(酒池肉林)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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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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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周)에게 멸망당한 은(殷)의 마지막 왕 제신(帝辛)을 흔히 주왕(紂王)이라 부르는 것은 시호(諡號)를 따른 것. 시호란 사후에 생전의 행실을 평가해서 붙여주는 이름. “주(紂)”는 잔의손선(殘義損善), 의를 손상하고 선을 깨뜨린 인물에게 붙여주는 시호였다.  
<사기(史記)>(殷本紀)는 그의 폭정에 대해서 이렇게 기술한다. “제왕 주(紂)는 행동이 민첩해서 맨손으로 맹수와 격투할 만한 완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머리를 잘 굴려 쉽사리 검은 것을 흰 것으로 바꾸어 놓을 만 했다. 자만하여 모든 사람을 자신보다 못하다 여겼다.....술과 여색에 절제가 없어 달기라는 여인에게 빠져 그녀가 하고 싶다면 무슨 일이든지 들어 주었다”
그의 가장 두드러진 악행이 “주지육림”이요 “포락의 형(刑)”이었다.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걸어 숲을 만들어, 남녀가 벌거벗고 그 사이를 쫓아다니게 한 것”이 “주지육림”이라면, “기름을 바른 놋쇠 막대기를 불 위에 걸쳐두고 죄인이 그 위로 걷게 해서 불 속에 떨어지는 것을 달기에게 보여 즐기게 하는 놀이가 ”포락의 형“. 또 간언을 하는 신하의 심장을 도려내어 소금에 절이는 형에 처했다. 결국 주(周)의 무왕이 의병을 일으켜 목야(牧野)에서 주를 처 멸망케 했다는 것.  
그러나 적잖은 기록에서 주지육림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황당해서, 악행의 주인공이 걸(桀)인지 주(紂)인지도 분명치 않아, 사실에 충실한 기록이기 보다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이야기 같다는 시각도 있다. “고기와 술”을 키워드로 삼아 제멋대로 부풀린 문헌들이 저마다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내어, 폭군의 열락과 사치가 한 나라를 망치게 했고, 그를 무찌른 이는 의인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과장된 이야기로 본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도 이와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사기의 대원열전(大宛列傳)에는, 주왕이 각지에 외국의 귀빈을 데려가서 나라의 부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흥행을 벌여 과시했는데, 그런 일들을 주지육림으로 표현했다는 것. 그러니까 “주지육림”은 문자 그대로의 구체적인 사건의 기록이기보다는 지나친 사치를 추상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제신(帝辛)이 실제로 기록들만큼이나 포악무도했던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지 않다. <사기>를 비롯한 전국진한(戰國秦漢)의 문헌에서도 주왕을 폭군으로 그리고는 있으나, 다른 왕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기록한 반면, 유독 주왕에 대해서만 이야기조로 “주지육림”이나 “포락의 형”이라는 이미지를 그린 의도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즉 주지육림이란 폭군 타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미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은의 탕왕이 걸(桀)을 추방하고, 주의 무왕(武王)은 주를 주벌(誅伐)했다. 이것은 사실인가“ 하고 제나라 선왕(宣王)이 맹자(孟子)에게 묻는다.
맹자가 답하기를 “그런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한다. 선왕이 다시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다니 그런 일이 용납 될 수 있는가?”하자, 맹자가 답하기를 “인(仁)을 해침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침을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의 무리를 일부(一夫)라고 합니다. 일부인 주를 주살했다고는 듣고 있지만, 군주를 시해했다고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했다.  
유가(儒家)의 논리로는 신하의 하극상은 결단코 허할 수 없는 노릇. 그러나 공자를 비롯한 유가가 이상적인 군주로 떠받드는 무왕은 은을 폭력으로 멸망시키고, 주 왕조를 이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런데 주(周)가 주(紂)를 주벌한 사실에 대해서 질문을 받은 맹자의 답변에서 “그것은 전해지고 있습니다.”로만 답변한 것은, 비리를 저지른 폭군의 존재가 필요했음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서 주왕(紂王)은 주(周)왕조 성립을 변호하는 희생 제물이었던 셈이다.
앞서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말했다. “주(紂)가 착하지 못함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음에 틀림없다. 그 일로 말한다면, 군자는 하류(下流)에 거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나쁜 일이 모두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
하류란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되는 불리한 입장을 말한다. 바로 주왕은 하류에 놓여 있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리 비도를 뒤집어쓴 인간으로 날조 되었다고 말한 것이 아닐까.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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