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원칙 무시, 허수아비 된 임원회
한기총은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 취임 직후 회의체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모든 사업을 임원회가 계획하고, 추인하며, 이를 추진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전 목사가 계획하고, 추진하며, 임원회에는 이를 요식행위로 보고할 뿐이다.
하지만 그 요식행위마저도 과정과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모습이다.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후, 한기총의 이름을 내걸고 벌써부터 다양한 사업과 행사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 임원회의 제대로 된 허락을 거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가 않다. 대부분이 이미 추진을 해놓고, 임원회에 허락을 구할 뿐이다.
일례로, 이승만 대학 발기인대회 같은 경우는 임원회의 허락 없이 날짜와 시간을 다 정해놓고, 한기총 이름으로 일간지에 전면 광고까지 냈다. 임원회가 이를 허락한 것은 행사 시작 2시간 전이었다. 그야말로 요식행위 중의 요식행위였다.
얼마 전 개최한 ‘성령세례 심포지엄’ 같은 경우는 한기총의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하면서, 후원은 한기총과 전혀 관련 없는 단체에서 거둬들였다. 후원계좌에 이름을 올린 조직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로, 한기총의 회원 단체가 아니다. 전광훈 목사가 총재로 있는 정치 사(私)단체일 뿐이다.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의 이름을 앞세워 한국교회 전체에 행사를 광고하고, 그 후원은 자신이 총재로 있는 단체로 거둬들였다. 자신이 아무리 대표회장이라 하더라도 사사로이 한기총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이는 불법 중의 불법이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임원이 단 한명도 없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정의가 온데간데 없는 것이다.
창립정신 망각하고, 본격 세속정치 개입
전광훈 목사의 한기총 입성을 두고, 나온 가장 먼저 나온 추측은 전 목사가 자신의 기독자유당을 위해 한기총을 내년 총선에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이미 선거 과정에서 여러 정치적 발언을 통해 기독당의 필요성을 수차례나 강조해 온 전 목사는 한기총이 기독당의 산하기관이라는 발언까지 하며, 우려에 불을 지폈다.
대표회장에 당선이 된 후에는 더욱 거침없이 정치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한기총을 자신의 정치색과 동일하게 극단적인 보수 단체로 몰아넣는가 하면, 지난 삼일절 집회는 교계 연합 기도회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단독 보수 집회를 진행했다. 무려 ‘문재인 탄핵집회’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한기총은 정관 전문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사명에 충실하기 위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면서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데 일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은 이런 정관의 창립 정신을 무시하고,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반대로 자기 진영 밖을 향해서는 온갖 막말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그게 서로를 사랑하라고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기총의 오늘날 현실이다.
여기에 기독자유당과의 MOU는 그야말로 정점을 찍은 사건이다. 한기총을 대놓고 내년 총선에서의 기독교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이는 부분이다. 한기총은 정치적으로 철저히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국민을 위해 협력하고,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중심 종교로서이 책임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기독자유당과의 MOU는 한기총의 역사상 최대의 오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단 해제, 교계 인정 받기 어려워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의 이단해제를 두고 교계가 시끄럽다. 변 목사의 이단성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이단성 못지않게 이단해제의 과정은 실로 심각했다. 이미 전광훈 목사가 변승우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고 수차례 공언한 상황에서 이대위는 그저 정당성을 위한 의례적인 절차만 밟았다. 제대로 된 이단검증이 이뤄질 리 만무했다.
그 와중에 한기총에서 사이비로 규정한 인사를 이대위원으로 선임해 일을 진행키도 했다. 그야말로 경악에 가까운 일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문제의 이대위원을 포함해 이대위원장, 서기가 이단 해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를 선언한 이후다.
사실상 이대위가 변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를 거부하고 나서자, 전 목사는 문제의 이대위원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며, 이를 한기총 차원에서 제대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성이 다분한 이단정죄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새롭게 급조한 이대위를 통해 또다시 이틀만에 변 목사에 대한 이단성 없음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새롭게 들어선 이대위원장인 오재조 목사다. 오재조 목사는 과거 미국 유니온 대학 전 총장으로 근무하며, 학위 장사, 비자 사기 등의 혐의로 1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변 목사가 속한 예장 부흥총회에 대한 실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실사위에 부흥총회는 자신의 교단이 213개라고 밝힌 바 있다. 한기총의 가입 기준은 200개 교회 이상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부흥총회는 총회 홈페이지의 교단현황을 124개 교회로 표기해 왔다. 이 수치는 한기총 가입이 통과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오다, 최근에야 그 숫자가 바뀌었다.
124개의 교회가 213개로 늘어난 것은 콩고와 브룬디를 추가하면서다. 홈페이지에는 콩고에 사랑하는교회 30개, 브룬디에 사랑하는교회 59개가 있다고 밝히며, 교회 번호는 취합중에 있다고 명시했다.
직접 실사가 원칙인 실사위원회가 교회 번호 조차 취합이 안된 해외 교회를 놓고, 어떠한 확인을 거쳤는지 반드시 검증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한기총의 이단 검증은 교단이 아닌 연합단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그간의 전력에 비췄을 때 한기총의 이단 해제가 교계에서 인정되기 매우 어려웠었다. 그런 상황에서 절차와 과정까지 완전히 무시된 채 사사로운 이단검증을 했다는 것은 교계에서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며, 인정도 받지 못한다. 애초에 논란꺼리를 만들어 놓고, 한국교회에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우격다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