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연 옥
무너진 고향집
마음 놓아버린 탱자나무 울타리
목발 짚고 서 있다
한 가시 틈새에 젖꼭지 꽃망울, 틔우던
탱자나무
파란 이파리 갉아 먹던 애벌레는
호랑나비 되어 날아갔다
제 몸에 가시 세워 꽃과 애벌레 키우며
울창했던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
허리 굽은 아버지가 지나간다
열두 남매 울타리가 되느라
앙상하게 말라 가시던 아버지
노랗게 마른 탱자 알 몇 개 빈 마당에
뒹굴고 있다
무너진 고향집
마음 놓아버린 탱자나무 울타리
목발 짚고 서 있다
한 가시 틈새에 젖꼭지 꽃망울, 틔우던
탱자나무
파란 이파리 갉아 먹던 애벌레는
호랑나비 되어 날아갔다
제 몸에 가시 세워 꽃과 애벌레 키우며
울창했던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
허리 굽은 아버지가 지나간다
열두 남매 울타리가 되느라
앙상하게 말라 가시던 아버지
노랗게 마른 탱자 알 몇 개 빈 마당에
뒹굴고 있다
이르되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에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이 시듦은 여호와의 기운이 그 위에 붊이라 이 백성은 실로 풀이로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이사야40:8).
모든 생명체는 풀과 같이 시들고 사라지는 존재지만, 하나님과 말씀(Logos)만은 영존 하신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게도 끊임없이 존재의 물음을 묻고 있다.
시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읽혀지는 고향집, 허물어진 벽, 이미 사람이 떠나간 엉성한 울타리는 기울어지고 퇴락한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시인에게는 영존(永存)하시는 하나님의 모습과 같다. 아버지의 그림자는 가슴에 아로새겨져있다. 탱자나무울타리와 아버지는 닮아있다. 탱자나무의 가시는 엄격하던 아버지의 사랑, 시들지 않는 사랑은 가시 틈새에 쉼 없이 꽃망울을 틔우던 아버지다. 아가페적 사랑이고 헌신이다.
열둘의 자녀는 탱자나무에 기생하는 호랑나비 애벌레였겠지, 무성한 탱자나무 이파리를 갉아먹으며 성장한 자녀들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고 없다. 아버지와 탱자나무의 절묘한 은유(隱喩)가 독자의 감명을 불러준다.
더군다나 노란 향기로운 열매와 가시울타리는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정서의 울타리가 되고 있지 않을까, 가끔 시골 농가를 지날 때 만나게 되는 탱자나무 울타리는 뭉클한 한가닥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페가가 된 아버지의 집, 노란 향기를 끄러안고 마른 탱자가 빈 마당에 바람에 휩쓸려 굴러가고 있다면, 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닐까,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한 구절도 떠올리게 된다.
ⓒ 교회연합신문 & ecumenicalpres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종합기사
more +-
“데이터와 과학으로 247만 표의 진실 밝힌다”
선거 후 100여 일이 지난 시점에도 공정선거를 향한 국민적 요구와 의혹 해소 목소리가 이어지... -
예장 합동개신, 제111차 정기총회 성료… 총회장 정춘모 목사 재선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개신측이 지난 9월 18일 서울 약수동 성신은혜교회에서 ‘제111차 정기총회... -
예감 제29차 총회, 이범식 총회감독 재추대
사단법인 예수교대한감리회(예감) 제29차 총회가 지난 9월 17일 한강중앙교회에서 ‘다 하나님의 영... -
구세군-플레도-애드벌룬, 어린이 경제금융교육·디지털 나눔문화 확산 협력
구세군(사령관 김병윤)이 ㈜플레도, ㈜애드벌룬(대표이사 김관석)과 손잡고...
문화
more +-
소한재 작가 첫 책 『사람-마음이 가는 곳』 출간
가을의 길목에서 사람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소한재 작가의 첫 책 ... -
폐결핵 시한부 청년에서 세계적 목회자로… ‘청년 조용기’ 9월 11일 개봉
고(故) 조용기 목사의 청년 시절과 신앙의 뿌리를 조명한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조용기’... -
“왜 여러 번 복음을 들어도 구원받지 못할까?”… 『가스펠21』 출간
디지털 미디어와 과학적 사고가 일상화되고 절대적 진리에 대한 인식마저 약화된 시대에, 변하지 않... -
『태백성시화운동 10주년 사역행전』 출간… 교회연합·민관협력 10년 발자취 담아
태백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정종옥 목사, 본부장 오대석 목사)가 지난 10년간의 사역을 집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