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08(화)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새 이미지.jpg

 

저는 윤동주를 만나본 적도 없고 그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윤동주에 관한 책을 두루두루 읽었습니다. 그리고 윤동주의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용정 명동촌, 그가 다니던 교회, 용정학교, 연희전문학교, 일본 후쿠오카 감옥, 릿쿄대학까지 다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윤동주 특강까지 했고요. 그리고 별빛 언덕 위에 쓴 이름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 윤동주 시심이 들어오고, 제가 윤동주 시 속에 들어가서 시적 대화를 하며 차마 윤동주가 말하지 못한 내용을 시적 화자가 되어 다시, 별 헤는 밤이라는 시집을 썼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미안함이 들었냐면, 이육사 시인에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이육사 시인은 아주 강인한 성품을 지닌 실천적인 시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만 쓴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을 하였습니다. 그의 막내딸 이옥비 여사에 의하면, 20년 동안 총 17번이나 수감 생활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육사의 원래 본명은 이원록인데, 그가 처음으로 감옥에 갔을 때 수감번호가 264번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제에 저항하는 의미로 이름을 이육사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시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 시를 쓰게 된 문학적 영감과 독립운동의 정신적 동기가 성경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의 딸 이옥비 여사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중국어 성경을 늘 품고 다니며 틈틈이 성경을 읽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독립운동을 하다 베이징 감옥에 수감 되어 견딜 수 없는 고문과 매를 맞다가 1944116, 40세의 나이로 순국을 합니다. 윤동주의 시가 개인적이고 보편적 인류의 가치를 읊었다면, 이육사는 그야말로 민족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의 지평이 더 넓고 웅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잔인하다 할 정도로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안한 마음에 몇 년 전에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를 다시 한번 보았습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역사를 기록하거나 서술한 게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애국적 혼을 시적으로 웅장하게 담아낼 수 있었는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광야같은 시를 보면 그 광활한 시 세계에 경탄하게 됩니다.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 모든 산맥(山脈)들이 /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지금 눈 나리고 / 매화(梅花) 향기 홀로 아득하니 /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여라.”

 

그의 시는 원시적 광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처음 하늘이 열리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광야는 바다로 향하는 산맥마저 차마 범하지 못하는 순결한 땅이었습니다. 그 위로 끊임없는 세월이 흐르고 사계가 흐르면서 드디어 역사의 강물이 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광야에 지금 눈이 내립니다. 그런데 겨울 광야에 매화가 필 수 없지만 매화 향기가 가득하다는 것은 그 어떤 폭압과 압제에도 굴하지 않는 독립운동가들의 지조와 자신의 내면의 절개를 보여줍니다. 또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기독교의 메시야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에 대한 여망이야말로 조국의 독립과 광복의 축복을 염원하고 있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가 옥고를 치렀던 중국 북경 감옥도 한번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목회도 그렇다고 봅니다. 때로는 윤동주처럼 따스하고 푸른 빛처럼 설교도 하고 사역도 해야 하지만, 때로는 이육사처럼 승부 근성을 갖고 장엄하고 또 잔인스러울 정도로 광폭적 공공 사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윤동주처럼, 눈 내리는 겨울 광야를 백마 타고 달리는 이육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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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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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

아멘^^! 따스하고 푸른빛의 시인윤동주처럼 때론 시인이육사처럼 승부 근성의 파워넘치는 한 주 되기를 바라는 아포리즘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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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비

이미 목사님은 윤동주같으시고 이육사 같게 ...사명감당하시는것같아요 ..늘 감동받고 도전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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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따스하고 푸른 빛처럼 설교하시고 시를 통해 많은 분들고 소통하시는 사역을 하시고 승부 근성으로 장엄하게 하나님 나라와 한국교회를 위한 공공 사역을 하시길 동행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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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따스하게 푸른 빛으로 시를 담은 윤동주처럼 또한 자신의 애국적 혼을 시적으로 담은 이육사처럼 승부 근성이 넘치는 목사님의 칼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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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아멘~성도들에겐 따스하고 푸른빛의 시인윤동주처럼 공적사역이나 깨우쳐야할땐 시인이육사처럼 늘 앞장서가시는 목사님 존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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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윤동주처럼, 눈 내리는 겨울 광야를 백마 타고 달리는 이육사처럼, 한국교회와 공적사역을 위해 때로는 서정적인 모습으로, 강인한 성품으로 리더쉽을 발휘하시는 목사님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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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동

소 목사님, 참 목사님 이십니다. 시를 보면서.. 시인을 대하면서... 목회의 공공성과 나라를 위한 교회의 방향을 보시다니요. 칼럼 읽으며 저도 모르게 엄지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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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도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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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5

광야는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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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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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이육사와 윤동주의 두 마음을 다 품으시는 목사님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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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오늘도 천국 복음을 위해 채찍질하시며 달리고 계시는 목사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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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12

문학도 목회도하시는 목사님~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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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앤쮸

광폭적 공공사역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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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소강석목사님의 삶도 윤동주와 같이 섬세하고 순수하며 때론 이육사 같은 포효하는 광야 영성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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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성정 그의 시, 그의 영혼에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면 너무도 처연해서 눈물이 나곤 합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윤동주처럼, 눈 내리는 겨울 광야를 백마 타고 달리는 이육사처럼. 누구든 소목사님의 살아온 발자취를 안다면 이 문구 그대로 살아오셨고 살고계시는 것을 인정하게 될것입니다. 그래서 맘이 짠할때가 많습니다 오직 하나님께만 굴하는 불굴의 종이신 목사님을 하나님께서 그의 오른손으로 강하게 붙들어주시길 늘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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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오늘

늘 분주함속에서 때론 윤동주처럼 이육사처럼 달려가시는 목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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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목사님은 윤동주 시인처럼 이육사시인처럼 양면성을 갖고감성이 있으신 목사님이십니다. 다시 한국교회 연합의 뜻을 이루시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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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제미루

목사님께서는 이미 이육사 같은 심장으로 달려가고 계십니다. 윤동주의 여린 시심을 품되, 이육사의 광야 같은 절절한 외침도 안고 가야 한다는 말씀처럼 용기를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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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미

따스함과 장엄한 승부근성을 지니신 소강석 목사님,,,더욱 힘내시고 강건하게 공적사역을 감당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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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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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샤인

윤동주와 이육사, 너무나 훌륭한 시인들이며 독립운동가들이신데... 그분들의 삶과 사상과 시들을 다시 조영한 소강석목사님도 시인이며 목회자로서 진실된 삶의 모습이 닮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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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맘

늘 사랑과 굴 하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가지고
사역하시는 목사님의 모든 사역에 아름다운
열매가 맺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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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루

윤동주처럼 이육사처럼 사역하시는 목사님
끝까지 마음껏 사역할 수 있도록 응원합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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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때론 윤동주시인처럼. 또 어느땐 이육사같이 ,목사님껜 다재다능함이 돋보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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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때론 윤동주처럼, 때론 이육사처럼 사억하시는 분이 바로 목사님이세요 항상 기도하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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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카

때로는 윤동주처럼 따스하고 푸른 빛처럼 때로는 이육사처럼 승부 근성을 갖고 장엄하고 또 잔인스러울 정도로 광폭적 사역을 감당하시는 목사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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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양면성 모두 갖고 있는 목사님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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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시는 소목사님 사역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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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윤동처럼 따스함 이육사같이의 파워풀한 목사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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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레

성향은 참 다르지만 윤동주 시인과 이육사 시인을 통해 목양의 마음을 또 한번 배웁니다.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장엄하게 묵묵히 목회하는 사역자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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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신앙 생활을 마치 윤동주와 이육사 처럼 하기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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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per

윤동주 시인의 시는 정말 마음에 스며들고, 이육사 시인의 시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또한 이렇게 따뜻하게, 또 깊이 있게 그분들을 기억해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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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신앙적 시가 삶이 되고 신앙적 삶이 시가 되었던 그들처럼 살아가시는 이 시대의 또다른 시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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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윤동주처럼, 이육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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