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믿음이다. 우리는 교회에서 믿음을 이야기하고,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말하며, 믿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정작 믿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다시 질문한다.
많은 사람들은 믿음을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로 이해한다. 하나님이 계심을 인정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고백은 신앙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단순히 어떤 내용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성경에서 믿음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태도이다. 믿음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고, 그 하나님을 신뢰하는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믿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뢰이며, 그 신뢰는 자연스럽게 순종의 삶으로 이어진다.
아브라함은 이러한 믿음의 본보기이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고향을 떠나 하나님께서 보여 주실 땅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은 앞날을 알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고 순종했다. 그래서 성경은 그를 믿음의 조상이라 부른다.
이처럼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을 아는 사람은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는 삶의 방향을 바꾸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게 한다. 그러므로 믿음은 단순한 종교적 고백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삶의 모습이다.
예수께서도 믿음의 본질을 가르치셨다.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시며 사람들이 어린아이와 같이 하나님을 신뢰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믿고 손을 맡기듯,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성경은 또한 믿음이 단순한 감정이나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참된 믿음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보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을 선택하며 살아가게 된다.
사도 바울은 사람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노력이나 공로로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될 수 없으며,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믿음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성경은 믿음이 마음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한다.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한다. 이는 행위로 구원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참된 믿음은 반드시 삶 속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삶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간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마음은 삶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믿음은 십자가 앞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를 드러내는 자리인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 자리이다. 사람은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은혜는 인간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역사를 일으킨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바로 이 십자가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베푸신 은혜를 받아들인다. 그때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믿음은 단순한 종교적 고백이 아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향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을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그분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것이다.
성경은 바로 이 믿음의 길을 보여 준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다. 그리고 그 길은 믿음을 통해 인간의 삶 속에서 시작된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단순한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다. 믿음은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하나님의 통치 안으로 들어가는 삶의 변화이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믿음은 사람의 중심을 하나님께로 돌이키고, 그 삶을 하나님 나라의 길로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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