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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칼럼] 29. 거룩 - 마음에서 시작해 몸에까지

  • 교회연합신문 기자
  • 입력 2026.10.2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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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호 목사(한국에흐예언약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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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은 레위기에서 이스라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1:44). 베드로는 이 말씀을 그대로 가져와 새 언약의 성도들에게 전한다(벧전 1:16). 거룩은 하나님께 속하여 구별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교회의 역사 속에서 거룩은 자주 두 방향으로 오해되었다.

 

하나는 거룩을 외적인 규칙으로 바꾸는 오해다. 무엇을 먹지 않고, 어디에 가지 않고, 어떤 모습을 갖추는지로 거룩을 잰다. 바리새인들이 그랬다. 그들은 손 씻는 규례까지 철저히 지켰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회칠한 무덤이라 부르셨다(마 23:27). 겉은 깨끗했지만 속은 여전히 자기를 위한 종교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몸의 할례만 있고 마음의 할례는 없는 거룩이다.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오해다. 거룩을 마음의 문제로만 돌리고, 몸으로 사는 삶은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을 붙들고, 정작 삶은 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것은 마음을 핑계로 거룩을 내려놓은 신앙이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사야 선지자의 경험이 그 출발점을 보여 준다. 그는 성전에서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신 주님을 보았고, 스랍들이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찬양이 아니었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사 6:5).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선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이 무너진다. 그러자 스랍 하나가 제단의 숯불을 그의 입술에 대며 말했다. "이것이 네 입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사 6:7). 거룩은 내가 쌓아 올리는 경건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무너진 자리에 하나님이 대 주시는 불에서 시작된다. 십자가 앞에서 마음이 베어지는 마음의 할례가 바로 그 자리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몸에까지 이르는 거룩이다. 바울은 이렇게 권한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 12:1). 영적 예배는 몸을 드리는 예배다. 성경은 영혼만 구원받고 몸은 제멋대로 사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사람은 영과 육이 따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하나님 앞에 서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바벨론 왕궁에 포로로 끌려간 소년이었다. 왕은 그에게 이름을 바꾸고 왕의 음식을 먹게 했다. 그때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단 1:8). 거룩은 먼저 마음에서 뜻을 정하는 일이었고, 그 결정은 곧바로 식탁 위의 선택, 곧 몸의 문제로 이어졌다. 마음과 몸이 따로 가지 않았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했다.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전 9:27). 복음을 가장 많이 전한 사도가 자신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몸을 쳤다. 이것은 은혜를 의심한 것이 아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이 그 은혜를 가볍게 여기지 않은 것이다.

 

마음의 할례를 받은 사람은 더 이상 죄를 편안하게 여기지 못한다. 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말과 습관과 욕망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 불편함이 거룩의 첫 신호다. 그는 그 불편함을 따라 몸의 습관을 바꾸어 간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살피고, 눈이 머무는 곳을 돌아보며, 시간과 물질을 쓰는 방식을 하나님 앞에 내어 놓는다. 마음에서 시작된 변화가 몸의 훈련으로 이어지고, 몸의 훈련은 다시 마음을 지킨다.

 

히브리서는 거룩을 신앙의 선택 과목으로 두지 않는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 12:14). 거룩이 없는 구원의 확신은 성경이 알지 못하는 확신이다.

 

물론 거룩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긴 과정이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하나님께 속한 마음은 하나님께 속한 몸으로, 하나님께 속한 삶으로 흘러간다. 이사야의 입술에 닿았던 그 불이 오늘 우리의 마음에 닿고, 그 마음이 몸과 삶 전체로 번져 갈 때, 성경은 그것을 거룩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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