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형 목사(드림교회, 국제독립교회연합회)
바울서신을 접하게 되면, 당시 초대교회에서 성도들 앞에 그가 얼마나 심사숙고하였으며,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뼈아픈 시절을 보냈는지 알게 됩니다. 본문은 사역자의 권리와 함께 복음의 질서와 교회의 바른 분별을 세우려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한때 예루살렘 성도를 위한 연보를 부탁하면서, 억지가 아니라 자원하는 은혜가 되기를 원했습니다(고후 8:1-5, 9:7). 또한, 사도로서 생활비를 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복음이 장사처럼 오해될까 하여 그 권리를 절제했습니다(고전 9:12, 15). 이를 위해 손수 일하여 자신의 필요와 동역자의 필요를 감당했고(행 20:34, 살전 2:9), 궁핍과 부족 속에서도 교회의 신뢰와 복음의 순수성을 먼저 세우려 했습니다(고후 11:8-9, 빌 4:12-16).
바울이 이 글을 기록한 목적은 교회가 복음의 일꾼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당시 바울은 뭇 사람들로부터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같은 권위가 없다거나, 또는 스스로 일을 하니 일반적인 사역자가 아니라는 식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도들과 게바는 믿음의 아내를 동반하고, 교회의 충분한 공급을 받으면서 사역에 임했지만, 바울과 바나바는 그런 권리조차 없는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에 대해 감정적으로 맞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권리를 몇 가지로 설명합니다. 먼저, 군인이 자기 비용으로 군 복무를 하지 않듯이, 복음의 일꾼도 사역을 감당하면서 정당한 공급을 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포도를 심은 사람이 그 열매를 먹는 것처럼, 교회를 세우고 양육한 사역자도 그 수고의 열매를 함께 누릴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 떼를 기르는 사람이 그 젖을 먹는 것처럼, 목양의 수고에는 마땅한 돌봄과 지원이 따른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단지 인간의 사회적인 관례로만 말하지 않았고, “곡식을 밟아 떠는 소에게 망을 씌우지 말라”는 율법까지 들어서 설명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일하는 자의 수고와 소망을 귀하게 보신다는 내용을 전한 것입니다.
바울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입니다. 복음의 일꾼을 인간적인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그 사역의 열매와 하나님의 부르심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은혜를 받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복음을 위해 수고하는 이들을 말씀 안에서 존중하고 책임 있게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은 컸습니다. 그는 교회를 세웠지만 때로는 여러 의혹을 받았고, 성도들을 사랑했지만 비판을 들었으며, 복음을 전하고 주의 사역을 했지만 마땅히 누려야 할 자기의 권리조차 일일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사역자는 영적인 일을 하면서도 생활의 필요를 피할 수 없는데 비해, 교회는 은혜를 말하면서도 때로는 사역자의 수고를 쉽게 넘기거나 가볍게 여기곤 합니다.
바울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되 말씀과 복음의 질서 안에서 말하고, 사람의 인정이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과 사역의 열매로 자신을 증명했습니다. 교회는 비판보다 분별을 앞세우고, 의심보다 감사와 책임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본문이 오늘 교회와 성도들에게 말씀하고자 하는 교훈입니다.
성도는 만인제사장적인 직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성도이면서도 교회의 사역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역자를 단순한 평가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복음 안에서 함께 책임을 나누는 동역자로 이해해야 합니다. 바울이 겪었던 일이 곧 나의 일이 될 수 있고, 바울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로서, 일꾼으로서, 하나님의 직분 맡은 자로서 말씀에 근거한 분별력과 사역의 수고를 알아보는 마음, 교회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 그리고 비판보다 기도로 모든 관계와 책임을 세워가는 성숙함이 한국 교회에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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