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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에 무너지는 인권의 사각지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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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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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철 목사(참행복한교회)

코로나 치료제 신약개발 임상실험자로 선택

중증환자 병실에서 하루가 천년같은 시간 보내

 

아산경찰수련원에서 이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낮 12시경에 도착한 앰블런스에 다시 몸을 싣고 한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세종시 충남대학병원이었다. 나의 몸 상태가 얼마나 중증이기에 대학병원으로 나를 데려왔는가 하는 불안감 속에, 어저께 경찰수련원 입소 때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한 절차를 밟으며 입원실에 도착해 보니, 4인 병실에 코로나 환자 한 분이 먼저 입원한 상태엿는데, 나를 병실로 안내한 간호사들이 병실을 나가면서 여러 단계의 병실 문을 밖에서 잠그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서서히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병실 중앙에 큰 관짝 처럼 놓여 있는 '음압기'의 천둥소리 같은 굉음도 먼 곳에서 들리는 듯 아득한 피로감에 젖어들 때쯤, 한 남자가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와서는 "당신은 이 서류에 사인하고 병원에서 지시하는 처방에 따라야 한다"며 서류에 사인을 요구하였다. 그 때만 해도 병원에서 하는 일들은 환자의 회복을 위한 조치일 거라 믿었고, 또 깊이 생각할 만한 심신 상태가 아닌 지라, 남자가 건네준 서류에 사인을 한 후, 그 남자가 건네준 서류의 사본을 읽어보면서 점점 공포심이 엄습하였다. 7-8장에 달하는 서류에 적혀진 깨알같은 글씨들의 요지는, 'S'제약회사에서 신약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의 임상실험자로 선택되었으며, 임상실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부작용이나 심각한 결과에도 병원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심지어 어떤 보상이나 경비도 일절 지급할 수 없다는 일방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아직 상황이 제대로 파악이 안되어서 서류를 휴대폰으로 찍어 그래도 세상 물정을 잘 안다는 작은 딸애에게 보내 의견을 듣고자 하였다.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아빠, 검증되지 않은 신약이라는 정체불명(시중에서 아직 알지 못하는)의 약을 절대로 투여 받아서는 안되고, 내일이면 집에 보내준다는 보건소의 통보를 받은 사람에게 10여 일씩 걸리는 임상실험에 묶어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것이었다. 비로소 정신을 차려 생각해 보니 나는 십 수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서 담낭(쓸개)과 비장을 절개한 상태인지라 일반인과는 면역체계에서 차이가 난다는 의사소견을 들은 바 있어 온 식구가 항상 조심하는 상태였다.

 

나의 신체 기능 상태도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데려와서는 보호자나 입회인도 없이 신약개발의 임상실험 대상자로 사용하고자 심신 미약인에게 사인을 받아간 것이었다.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어 내 사정을 설명하고 이의를 제기하고자 하였으나 사인을 받아간 당직의사(그때서야 그가 당직의사임을 간호사에게서 듣고 알게 됨)는 다시 만날 수도, 만날 길도 없는 철저하게 격리된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굴도 볼 수 없고, 책임도 없는 간호사들에게 인터폰으로 하소연 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다.

 

이제 보니 내 몸 상태가 중증이 되어 코로나 치료를 하기 위해 데려온 것도 아니고, 내일이면 귀소해도 된다는 보건소의 통보도 물거품이 되었고, 격에 맞지도 않은 신약개발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되어 최소 10여 일을 천둥소리 내는 '음압기'가 밤낮으로 돌아가는 코로나 중증 병실에서 지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끔직한 절망감이 밀려들었다. 코로나에 걸린 일이 숨길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변에 알리는 것도 괜한 걱정을 끼치는 일이라 생각되어 가족과 교회 성도들 외엔 알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임상실험 서류에 사인을 한 상태인지라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이 안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어떤 부작용이나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더라도 최소한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 몇 분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 분들에게 상황을 대강 설명하고 기도를 부탁하였다.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해 모두들 안타까워 하셨으나, 코로나 방역법이라는 무지막지한 법 앞에선 속수무책이었고 기도만이 유일한 탈출구인 상태였다. 나 역시 물고기 뱃속같이 세상과 철저히 단절된 캄캄한 현실에서 기도하는 요나와 같은 심정으로,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책임자를 만나게 되어 내 상황이 설명되고 바른 판단이 내려지길 바라며 기도하면서 충남대학병원에서 첫날 밤을 맞지 하였다.

 

다음 날 아침 비어 있던 두 개의 병상에 한 눈에 보아도 중증으로 보이는 코로나 환자들이 들어오고, 점심 시간이 되어 방호복을 갖추어 입은 젊은 여의사가 들어와 자신이 나의 담당의사라고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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