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증인의 몫까지 두 배로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이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해양장으로 장례를 치렀어요. 바다를 돌고 돌아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도 한 번씩 만났을까요.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인생 속에서 아들의 못 다 한 삶이 이어지고 있겠지요.”
지난 4월 14일, 인천 연안부두를 찾아 바다를 바라보는 김일만 씨의(남, 77세) 눈에 깊은 그리움이 일었다. 15년 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아들 故 김광호 씨(당시 29세)의 유해를 뿌린 곳이 연안부두 23번 부표였다. 아들이 떠난 후, 홀로 남은 김 씨는 아들이 그리울 때마다 연안부두를 찾아 하늘나라에 있을 아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이들의 건강한 삶도 함께 기원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라메르에서 사진전 ‘장미하다’ 개최했다. 이번 사진전에는 김일만 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및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 전시되어 대중들을 만난다.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및 이식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은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되어 의미를 더한다.
“생명의 은인이자, 두 번째 가족입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가 주관하고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하 코노스)이 후원하는 이번 사진전의 오픈 기념식이 11일, 오전 11시에 진행됐다. 오픈 기념식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26명과 간, 폐 등의 장기이식인 및 그 가족 8명, 그리고 재능나눔 사진작가와 본부 및 코노스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과 생명나눔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테이프 컷팅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장미하다’ 사진전의 시작을 알렸다. ‘장대하고도 아름답다’라는 뜻을 지닌 ‘장미하다’ 사진전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의 회장 강호 씨가 참석해 장대하고 아름다운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인과 가족들의 사랑을 기리는 기념사를 전했다. 2000년 장기를 기증해 9명의 생명을 살린 故 강석민 군(당시 17세)의 아버지인 강 씨는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생명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라며 “이 사진전에 참여한 모든 가족들이 생명을 나눈 기증인이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함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뜻을 전했다.
“오빠의 몫까지 두 배로 건강하게, 두 배로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이식인의 건강한 삶을 응원하며,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도 있었다. 지난 2010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故 왕희찬 군(당시 4세)의 동생 왕수현 양은(13세) 생명을 나눈 오빠와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 해당 그림을 이 날, 간 이식인 김리원 양에게 선물한 왕 양은 “오빠가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는 사실이 늘 자랑스럽다.”라며 “지금 제 곁에 오빠는 없지만, 오빠의 생명이 이식인들의 삶 속에서 힘차게 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그림을 선물받은 김리원 양을 꼭 안아준 왕 양은 “리원이가 앞으로 기증인의 몫까지 두 배로 건강하고, 두 배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가족들의 기록”
이번 사진전은 <장미한 기록>, <장미한 고백>, <장미한 기대>로 3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장미한 기록>에서는 생명의 꽃을 피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4가정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리움, 사랑, 자긍심 등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는 사진을 통해 대중들에게 장기기증을 결정한 가족들의 마음과 함께 기증인이 남긴 생명나눔의 유산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어서 <장미한 고백>에서는 생명나눔을 통해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이식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기증인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감동적인 편지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섹션 <장미한 기대>는 뇌사 장기기증인의 나눔과 가족들의 숭고한 결정을 응원하는 일반인들의 사진이 전시된다. 90명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이 생명나눔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사진을 촬영하고, 기부해 해당 섹션이 완성됐다.
이번 사진전은 5월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진행되며, 본부 홈페이지(www.donor.or.kr)를 통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생명의 꽃을 피운 기증인과 도너패밀리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진행하는 이번 사진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며 “생명나눔으로 세상에 희망을 전한 이들의 사랑이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각인될 수 있길 바란다.”라며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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