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학 김향주 심상효 홍정식 박사 등 자의적 정죄 관행에 ‘경종’
- 황규학 박사, ‘법치주의 기반 조사 매뉴얼’ 전격 제안… 한국교회 새 이정표 제시
- 김선규 대표회장 “짝퉁 복음 판치는 미혹의 시대, 바른 신학적 분별이 영혼 살린다”
- 윤덕남 사무총장 “한국교회 이단 연구가 온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앞장설 것”

한국교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가 놀랄 만한 부흥을 이뤘지만, 그와 동시에 이단 비율 역시 동시에 증가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전 세계 이단의 90%가 한국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세계 교회 내 한국교회의 이단 문제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단으로 정죄된 상당수의 인물이나 교회들은 정치적 정죄를 비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원칙과 기준 없는 한국교회 일각의 이단 정죄가 진짜 이단을 분별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단을 찍어낸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때에 한국교회의 이단 정죄가 교단 정치나 주관적 판단에서 벗어나, 법치주의에 근거한 투명한 행정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혁신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다.
한국기독교단총연합회(대표회장 김선규 목사, 이하 한단총)는 지난 17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이단 정죄기준에 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황규학 박사, 김향주 박사, 심상효 목사, 홍정식 박사 등 교계의 신학·법리·역사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한국교회 이단 규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구체화된 ‘이단성 조사를 위한 표준 매뉴얼’의 필요성이 공식 제기되어 교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황규학 박사 “한국교회 이단 정죄, 정통 증명 위한 ‘타자 배제’의 폭력”
법리적 비평을 맡은 황규학 박사는 중세의 보편논쟁과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인용하며, 권력과 결탁한 다수파의 교리가 소수의 개별적 신앙 경험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구조적 폭력성을 통렬히 비판했다.
황 박사는 중세교회의 보편논쟁을 언급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중세 900년의 보편주의(교황권)를 무너뜨린 것은 개별 개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명론이었다”며, 루터의 종교개혁 역시 ‘만인 제사장설’을 통해 개별 성도가 하나님을 직접 만나는 ‘개체’의 가치를 회복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거대 교단들이 다시 ‘보편 신학’의 자리에 올라,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신앙 형태(순복음의 은사 운동, 침례교의 신유 등)를 이단으로 몰아세우는 ‘폭력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편 신학은 항상 지식과 정치가 결탁하게 되어 있으며, 여기에 도전하는 소수나 약자는 정죄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는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을 빌려 한국 교회 이단 심의의 논리적 허점을 꼬집었다. 칸트가 경험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영역(신의 본질 등)에 대해 이성이 함부로 말하는 것을 경계했듯, 한국 교회도 ‘형이상학적 이론(교리)’을 가지고 성도들의 ‘형이하학적 경험(신앙 체험, 방언, 신유 등)’을 재단하는 범주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론이나 삼위일체론 같은 교리는 신앙 고백의 영역이지, 이를 잣대로 누군가의 신앙 체험을 ‘이단이다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 비교의 오류”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경의 문자 안에 갇힌 성령의 영감을 만나기 위한 개인의 ‘영적 응답’이나 ‘직통 계시’적 체험을 교리적 잣대로 정죄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미셸 푸코의 권력 담론을 인용한 대목은 이날 발제의 백미였다. 푸코가 근대 의학이 정상인을 규정하기 위해 ‘정신병자’라는 범주를 만들어 가뒀다고 분석했듯, 한국의 대형 교단들도 자신들이 ‘정통’임을 입증하기 위해 매년 일정 수의 이단을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황 박사는 “교리가 정치적 교권과 결탁하면 항상 폭력성으로 나타나며, 특히 여자 목사나 경제적 약자들은 이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황 박사는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문장을 인용하며, 교리의 영역을 넘어서는 개인의 신앙적 신비 체험에 대해 교단이 함부로 정죄하기보다 ‘침묵’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사회적·윤리적으로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단순한 신학적 해석의 차이나 체험의 다름을 이유로 ‘사법 살인’에 가까운 정죄를 일삼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권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단을 양산하는 현 구조를 ‘신학적 파시즘’으로 규정한 황 박사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만이 이러한 교권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김향주 박사 “사도적 전승과 고대 신조가 정통 신앙의 핵심 척도”
김향주 박사는 이단을 규정하는 주요한 다섯 가지 신학적 축으로 ▲기독론(예수의 인성 및 신성) ▲삼위일체론 ▲종말론(계시록 해석) ▲구원론 ▲성령론을 꼽았다.
그는 “신학이란 2,000년 교회사를 통해 고백되어 온 내용을 교리적으로 정립하는 것”이라며, 특히 사도신조는 이단으로부터 신앙을 방어하고 성도들의 신앙 고백을 확정하기 위해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속에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도신조를 거절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성경을 반대하는 것과 같다”며, “성경대로 신학을 전개한다는 것은 사도신조에 대한 확대 해석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도신조의 핵심 가치인 창조주 하나님, 동정녀 탄생, 부활과 승천, 재림 등을 거부하는 단체는 명백한 이단이라는 것이 김 박사의 확고한 기준이다.
김 박사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해 “미국 등 해외와 달리 역사적으로 규정된 신앙 고백서가 부재하거나, 있더라도 그 해설 기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소위 ‘이단 사냥꾼’이라 불리는 이들이 신학적 전문성 없이 자유주의 신학 용어를 오용하거나, 문맥을 무시한 채 소문에 근거해 이단을 규정하는 행태를 ‘신학적 무지’에서 비롯된 위험한 현상으로 보았다.
김 박사는 “신앙고백은 순교자들의 피값으로 세워진 것인데, 오늘날 한국 교회는 진리가 아닌 돈과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며, 돈과 정치가 결코 교회사를 지배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심상효 목사 “이단 정죄, ‘사망 선고’ 아닌 ‘치유와 회복’에 방점 둬야”
심상효 목사는 이단 분별의 대원칙으로 ‘성경 66권’과 ‘역사적 신조(사도신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등)’를 제시했다. 특히 성경 이외에 몰몬경이나 원리강론 같은 별도의 경전을 정전(Canon)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명백한 이단으로 규정했다. 또한, 참 하나님이자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부정하거나 십자가, 부활, 승천, 재림을 왜곡하는 기독론적 오류를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심 목사는 이단 조사를 받는 당사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며 회중을 숙연케 했다. 그는 “우리는 돌멩이를 던지고 아니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라며 위원들이 전문성과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예장 통합 측의 WCC(세계교회협의회) 가입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심 목사는 “통합 측 헌법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의 길이 없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철저히 배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사회적 이슈인 동성애에 대해서도 통합 교단 헌법(제26조 12항)을 근거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심 목사는 특정 이단 사역자들이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이들을 이단으로 정죄하며 한국 교회의 성령 운동과 부흥 운동을 저해한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모두를 다 이단이라고 쓰러뜨리면 교회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능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균형을 잡는 것이 공적 기관으로서의 도리라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홍정식 박사 “신사도 운동은 사도적 직임 회복... 극단적 사례로 매도 말아야”
홍정식 박사는 현대 교계의 뜨거운 감자인 신사도 운동을 둘러싼 오해와 신학적 논쟁을 객관적으로 규명했다. 홍 박사는 피터 와그너가 제안한 이 운동의 본질에 대해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이단적 가르침이 아니라, 초대 교회의 사도적 직임과 성령의 역사를 회복하려는 교회론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사도 운동은 새로운 성경을 쓰거나 12 사도와 동급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에베소서 4장에 명시된 오중 사역(사도, 선지자, 복음 전파자, 목사, 교사)을 회복하자는 기능적 리더십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홍 박사는 조용기 목사나 요한 웨슬리 역시 당대에는 비판받았음을 상기시키며, "현상을 계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7대 영역(정치, 경제, 교육, 매체, 예술, 가정, 종교)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실현하는 실천적 신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선규 대표회장 “진품과 짝퉁 구별하는 영적 분별력 회복이 시급”
강의에 앞서 설교를 전한 한단총 대표회장 김선규 목사는 오늘날 성도들이 마주한 영적 위기를 ‘짝퉁 상품’에 비유한 영성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유명 브랜드의 회장조차 무엇이 진품인지 모를 정도로 정교한 짝퉁이 판치는 세상처럼, 기독교계 역시 진정한 복음과 유사한 짝퉁 복음을 분별하지 못하는 성도들이 너무나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만 이단에 빠진 영혼이 수백만에 달하는 미혹의 시대에, 이번 세미나가 성도들을 바른 신학 위에 세우고 주님이 원하시는 믿음으로 인도하는 치유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단총 윤덕남 사무총장은 “그동안 한국교회의 이단 연구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주관적 잣대에 휘둘려온 측면이 있었음을 자성한다”며, “오늘 제기된 ‘표준 조사 매뉴얼’과 학술적 기준들을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이단 연구가 공정하고 온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한단총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가 ‘이단 정죄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법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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