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300개 시대, 분열과 다툼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 앞에 무릎으로 두 손을 맞잡았던 합동측과 개혁측이 교단합동을 이룬지 15주년을 맞았다. 한국교회의 새 역사를 쓴 당대의 주인공들과 후배 목회자들은 분열의 한국교회를, 연합과 하나됨의 한국교회로 뒤바꾼 그 때의 감격을 재현하며, 다시 한 번 서로의 두 손을 치켜 들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측(총회장 소강석 목사)은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합동-개혁 교단합동 15주년 기념 감사예배’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흥침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그야말로 오랜만에 맞이한 경사다운 경사는 지쳐있던 한국교회의 심장이 다시 뛰게 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소강석 총회장의 감격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소 총회장은 “겨울의 차가운 대지를 하얀 눈이 덮고, 봄의 들녘을 꽃으로 뒤덮듯이,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과 용서로 모든 상처와 아픔을 덮고 합동과 개혁이 마침내 위대한 하나님의 역사를 이뤘다”며 “이는 한국교회사의 서판에 불멸의 역사로 기록될 찬란한 궤적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지난 15년동안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과 비전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제 우리를 하나로 묶으신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새 시대의 새 비전을 품고 함께 달려가야 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서기행·홍정이 목사 “교단합동은 하나님이 이루신 기적”
2005년 당시 교계 전반에 걸친 극렬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단 합동을 강행했던 서기행 목사(당시 합동 총회장)와 홍정이 목사(당시 개혁 총회장)의 감격은 남달랐다. 이제는 완연히 노년에 접어든 두 증경총회장은 이날 다시 한 번 두 손을 맞잡았고, 전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이를 화답했다.
서기행 목사는 “고 김일날 목사님(개혁 초대총회장)께서 합동 결정 후 맨 앞에 개혁총회 총대들을 모시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과 기쁨을 눈물을 흘렸다”며 “개혁측 분들은 교단합동이라는 큰 열망 앞에 임원은 물론이고 상비부장 한 자리도 요구치 않으셨다. 그 인품에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눈시울을 붉힌 홍정이 목사 역시 “당시의 합동은 하나님께서 이루신 기적이며, 한국교회사에 길이 빛날 일이었다”고 회상하며 “우리 교단이 장자교단이 되어 개혁신학을 든든히 하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계 및 사회 각계 각층의 축하 이어져
양 교단의 15주년에 교계 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축하 물결도 이어졌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김진표 국회의원,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의원, 이혜훈 전 국회의원 등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한국교회의 최대이자 장자교단으로 거듭난 합동측의 높은 위상에 대한 반증이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지금 한국교회 교단은 무려 374개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양 교단의 하나됨은 교회 화합의 본을 보인 사건으로, 매우 고마운 일이다”며 “코로나로 온 국민이 힘들어 하는 이 때, 여러분이 넉넉한 품으로 국민들을 품어달라. 분열의 역사를 극복한 경험으로 이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영상으로 축하를 전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소통과 감동의 리더십’으로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에 ‘희망의 등불’이 되어달라. 합동과 개혁이 하나된 것처럼 ‘한국교회의 대연합’ 나아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진표 국회의원은 “소강석 총회장님은 뛰어난 소통과 능력, 뜨거운 열정으로 언제나 솔선수범하며 자기 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주신다”며 “오늘이 한국교회 부흥에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당시 양 교단의 합동을 지켜봤던 원로 지도자들의 감격은 더욱 남달랐다. 증경총회장 김동권 목사는 “양 교단의 합동은 사람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큰 일이다. 한국교회사 뿐 아니라 세계교회사에도 깊이 빛날 일이다”고 했으며, 증경총회장 장차남 목사는 “당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 일이야말로 한국교회에 미래비전과 희망을 보여준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교단합동 위원장을 맡았던 증경총회장 김정중 목사는 “그 날의 감격을 기억해, 앞으로의 세대들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감격했다.
소강석 총회장 “하나됨으로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를 세워야”
이날 예배는 공동위원장 오정호 목사의 사회로 부총회장 송병원 장로의 기도에 이어 소강석 목사가 ‘부흥의 불꽃이 화합의 플랫폼 되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당시 교단합동을 반대했었다고 고백한 소 목사는 “극단적인 헛소문으로 인한 부끄럽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고 자책하며 “결국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고, 교단합동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아직 젊고 총회장의 자격도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존경하는 총대 여러분들의 격려와 성원으로 총회장이 됐다”며 “개혁측 출신인 제가 총회장이 됨으로, 진정한 화합의 플랫폼을 이루게 됐다. 이제 한국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에 하나됨으로 전력하자”고 역설했다.
그 결과 올해 총회에서 개혁측 출신의 소강석 목사를 총회장에 추대하며, 교단 합동의 방점을 찍었다. 특히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소강석 목사가 부총회장에 무투표 당선된 사건은 형제된 개혁측에 대한 합동측의 배려이자 존중이었다.
한편, 이날 소 총회장은 미래자립교회(미자립교회)의 존립과 발전에 크게 공헌한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에 특별공로패를 수여했다. 오 목사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각자의 길로부터 돌아와 하나가 되었듯이, 다시 주님께 향함으로 진정한 회복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