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담쟁이
김 지 원
피 묻은 손 하나
움켜 쥔
자유에의 갈망
브란덴부르크 담을 넘지 못한 채로
숨을 거둔.
상당히 상징성이 강한 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은 분단 현실에 놓여 있다. 아직도 수많은 이산 가족이 가족이나 형제를 그리워하며 산다. 동족이면서도 휴전선을 마음대로 넘지 못하는 민족이 사는 나라인 한국. 철새들은 수없이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데, 이 땅의 서민들은 경계를 마음대로 넘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인은 “브란덴부르크 담을 넘지 못한 채로”라며 여백을 남기고 있다.
북한의 고아원에 기부 물품을 전하기로 유명한 K목사님이 황해도의 어느 시장을 둘러볼 때의 일화다. 북한 안전원의 안내로 시장을 둘러보는데 한 젊은 여인이 자꾸만 목사님 뒤를 따라오더란다. 목사님이 무슨 일인가 싶어 안전원을 잠깐 따돌리고 그 여인 옆을 지나갔더니, 그 여인이 하는 말 “할렐루야”. 목사님이 이 말을 듣고 북한 땅에도 지하에서 활동하는 기독교인이 있음을 실감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단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땅에도 성령이 역사하고 계시는 것이다.
두만강을 경계로 한 연변에는 많은 선교사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북한 선교를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지난 해 여름 D선교회 선교사들이 연변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집과 가구를 그대로 놓아 둔 채 추방당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교회 수양관에서 임시로 머물러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동행을 확신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김지원은 시를 통하여 분단의 한을 피력하는 시인이요, 목사님이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누가복음> 9 : 23). 선교는 꼭 선교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시로, 사업가는 선교 헌금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면서 아브라함과 같이 복의 근원이 될 때, 내 이웃이 변화되고 북한 선교도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