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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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의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대강 이렇게 간추린다. “자신감에 차 있던 한 사나이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던 넘치는 행운을 잡은 탓에, 오히려 자신을 지탱하여 온 사나이로서의 자신감이 균형을 잃게 되면서 시작되는 비극”이라고.     
주인공 오셀로는 귀족 출신이 아닐 뿐 아니라, 굴러 들어온 용병 출신으로 제대로 시민권조차 갖추지 못한 처지다. 그럼에도 베네치아 공화국의 군사령관이라는 중책을 거머쥔다. 적잖이 나이든 무어인(흑인)인 그가 언감생심 데스데모나와 같이 젊고 아름다운 귀족의 딸을 넘보기라도 할 처지이던가. 그런데 바로 그 데스데모나가 자신에게 반해 준 것이다. 그만한 횡재라면 오셀로가 아니더라도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도 모른다.   
데스데모나가 부친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 집을 도망쳐주다니. 오셀로는 자다가도 자신의 뺨을 꼬집을 지경이었을 터이다. 행운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했던가. 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은 절대로 잃어버릴 수 없어 하는 두려움으로 연결되게 마련이고, 그 두려움이 인생을 지옥으로 끌어내려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보면, 간악한 이야고의 꼬드김이 거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셀로의 절정은 이미 낭떠러지로 기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오노 나나미는 말했다. “질투와 시기는 아주 비슷해서 겉보기에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둘은 아주 다르다. ‘질투’가 본질적으로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공포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시기’는 마음속으로는 간절히 가지고 싶어 하는데도 손에 넣거나 성취될 성싶지는 않은지라...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품게 되는 감정이다.”
  “질투”에 시달리는 오셀로와 “시기”의 화신이 된 이야고가 엮어내는 <오셀로>는, 비극으로서의 흥미만이 아니라 인생교훈까지를 재공 한다.        
이야고, 그는 오셀로와는 달리 백인이었고 당시의 강대국 베네치아 공화국의 떳떳한 시민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무어인 오셀로의 부하가 되었고, 그나마 바라던 부관의 자리마저도 경쟁자 캐시오 에게 빼앗기도 만다. 그가 시기의 화신이 된다고 해서 독자나 관객이 어색해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간교한 이야고는 오셀로의 질투심을 부추기기 위해서 “질투심을 조심해요”하는 경구를 들고 다가선다. “질투는 무서운 거랍니다/푸른 눈을 가진 괴물이거든요/그렇고말고요/이놈은 사람의 마음을 먹이로 해서/괴롭히며 가지고 논답니다.“
은근히 경고하는 척, 실제로는 질투의 불씨를 심어주는 간교한 심리조작 술을 들고 나온다. 한 인간을 질투에 사로잡히게 하려고, 먼저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철저하게 인식하게 한다. 이제 질투는 그의 불안을 타고 자기증식을 하게 되고.
혈안이 된 오셀로가 젊은 아내의 부정을 증명해줄 물증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만만한 이야고의 가슴을 움켜잡고 소리친다. 증거를 보이라고. 그러나 오셀로에게 손수건이라는 먹이를 던져준 이야고는 혼자 중얼거린다. “비록 공기처럼 가벼운 것일지라도 질투에 취해있는 자에게는 성경 말씀처럼 무거운 것이 되는 것을.”
   오셀로는 한 장의 손수건 때문에 아내의 목을 조르고 자신의 목숨도 버리게 되는데...오셀로가 소리친다. “제발, 있었던 그대로를 전해주시기를. 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너무 사랑한 사나이의 이야기라고”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 많은 현대인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준다. 간교한 이야고의 시기는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현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 <오셀로>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희생자가 된다. 희생자는 스스로 희생자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노라 하는 푸념을 남기곤 하지만, 그렇다고 정작 본인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계면쩍어하는 정서적 반응까지를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읽고 싶다.  
이야고의 아내 에밀리야는 말한다. “질투란 제멋대로 잉태해서 제멋대로 태어나는 괴물”이라고.   
enoin34@n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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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嫉妬)와 시기(猜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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