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바티칸의 ‘동성애 포용’에 한국교회 강력 반발
‘인권문제’ 인정하고 깊은 신학적 연구 필요



지난 13일 바티칸으로부터 날아든 동성애와 동거, 이혼에 대한 로마 가톨릭교회 시노드의 중간 보고서에 대한 소식은 한국기독교계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이 세 가지 이슈는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에 해당할 정도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는 가톨릭 신도들뿐만 아니라 개신교 교인들에게도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특히 한국교회는 이 세 가지 이슈 가운데 유독 ‘동성애’에 대해 큰 거부감을 표현했다. 가장 먼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목사)는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성경에서는 단연코 동성애에 대해 금지 내지 매우 부정적으로 말씀하고 있다”며, “신·구약 성경에서 명백하게 금하는 것에 반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진리는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며, 시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결코 진리라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한영훈)도 17일 성명을 통해 “로마 가톨릭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동성애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발표를 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정면에서 뒤집는 어떠한 결정이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성경은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타락과 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간 동성애를 금해 온 가톨릭이 지난 13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듯한 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소수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하나님의 명령 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록 이번 시노드의 최종문건 채택에서 동성애에 대한 부분은 모두 삭제가 됐지만, 118명 찬성에 62명 반대로 2/3이상 득표에 실패함으로 인한 것임을 볼 때, 내년 10월에 예정된 시노드에서 이 안건이 다시 올라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이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동성애 관련 이슈에 바티칸 역시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 장로교는 동성결혼 문제로 분열된 상태이며, 세계성공회 역시 동성결혼과 주교임명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 역시 동성결혼 이슈로 인해 갈등 속에 빠져있어 현재 세계교회는 동성애 이슈로 인한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한국교회는 아직까지 반동성애 기류가 매우 강한 편이다. 지난 7일에는 ‘동성애조장 국가인권위법 개정 1백만 서명운동’이 출범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동성애자들의 인권보호에 찬성한다”는 발언을 두고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민인권헌장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안에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예수재단 등의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무조건적인 반대운동은 자칫 기독교를 ‘혐오의 종교’로 오해하게끔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실제 국가인권위법이나 서울시민인권헌장에 포함된 ‘차별금지’ 조항에는 동성애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계가 ‘동성애’만을 문제삼이 이를 반대하면서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소수인권이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 표시’는 자칫 인권에 무지한 시대에 역행하는 집단으로서의 기독교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교회 교인들 가운데서도 동성애자들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성애 치유사역을 펼치고 있는 이요나목사(갈보리채플교회)는 “동성애로 인해 고민하는 교인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다”면서, “실제 국내 최대교회로 알려진 Y교회의 경우 동성애자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교회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반대하는 동성애자들이 교회 내부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어떠한 자세로 이 이슈에 대해 받아들여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깊은 신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인권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가 이들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고 포용하면서도 신앙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의 신학자들이 모여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수년간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소수의 인권보호라는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기독교신앙을 수호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요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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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로마 가톨릭 주교회의가 남긴 동성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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