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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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이 되니 어김없이 부활절이 다가 온다. 해마다 돌아오는 기독교 절기지만 마음 한편에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기 일쑤다. 입술로는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이 무덤에서 부활하신 사건을 언급하지만 종교적인 행사에 관심을 치중하는 지도자들의 잘못된 목적이 성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6일 팽목항 인근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사건이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300명가량의 사망자를 낸 선박침몰 사고 자체도 문제였지만 사고 직후 납득할 수 없는 무책임한 구조 활동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그 이후의 후속조치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 했으며, 일 년이 지나도록 사건의 원인조차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사건에 관련된 자들이 어떤 구체적인 책임을 졌는지 조차 아리송할 뿐이다. 아직도 미심쩍은 부분들을 숱하게 많이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정치권은 앞으로 그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자들은 지금이라도 백성들 앞에 모든 것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지 않으면 국민들의 혼란을 더하게 할 따름이다.

  국가는 일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직접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들은 자식과 형제를 잃은 가족의 슬픈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이럴 때 기독교인으로서 세월호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웃의 고통에 참여하며 약자인 저들의 편에 서는 것은 기독교 정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세월호 침몰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에 연관 지어 종교적인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우상을 섬기는 이방 종교인들이나 할 법한 일이다. 성경은 결코 그와 같은 종교 행위를 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며 참 믿음의 선배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활절을 맞아 몇몇 기독교 단체에서는 고난 주간을 세월호 참사와 연관 짓고 팽목항을 찾아가 종교적인 행사를 한다고 한다. 4월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일주년이 될 뿐 아니라 부활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세월호 사건을 연관지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는 금년 부활절을 앞두고 이미 그곳에 다양한 종교적인 조형물들을 설치하고 행사를 시작한 모양이다. 그리고 부활절 당일이 되면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곳에 모여 부활절을 지킨다고 한다. 관련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홍보를 하며 교인들을 동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왜 굳이 그곳에 가서 부활절 행사를 해야 하는가?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은 팽목항에서 부활절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성경의 교훈과 무관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란 사실이다. 그곳에서 시도하는 부활절 행사는 이미 사망한 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발생하지 않는다. 부활절을 맞아 그와 같은 행사를 하는 것은 결코 건전한 성도들이 취할 행위가 아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4월 16일에는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팽목항에서 법회와 미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저들처럼 하는 것은 세상의 시류에 편승한 억지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에 찬사를 보낸다 할지라도 그것은 건전한 교회가 취할 태도가 될 수 없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과 연관 지어 종교 행사를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성경의 가르침에 순수하게 따르는 성숙한 신앙인들이라면 그와 같은 행사를 주관하지 않는다. 교회가 기억해야 할 그리스도의 부활은 세상에서 발생하는 참사와 연관 지어 기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진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자는 의미가 아니다. 국가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세월이 가면 잊혀 질 것이라 생각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자들은 도리어 나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부활절을 이용하여 그에 접근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성경이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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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과 ‘팽목항’-이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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