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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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헤롯왕(대헤롯)이 그(아기예수)를 잡아 처치하려고 하였다. 미래에 자기의 권좌를 위협할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부모와 함께 피신해버려 그를 잡아들일 수 없게 되자 헤롯은 두 살 아래의 어린아이들을 모두 잡아 죽이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을 저질렀다. 표현컨대 대학살(大虐殺)이었다.
그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 양과 같은 힘없는 존재들이었는데, 마치 세렝게티 대평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던 영양(임팔라)들이 갑자기 달려드는 맹수들에 의해 속절없이 물려가 목숨을 잃는 경우처럼 학살당하고 말았다. 약육강식의 원리, 곧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가 연약하고도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자를 희생시키고 자기 자리(권좌)를 지키는 일이 서슴없이 자행되었던 것이다. 권력의 잔인무도(殘忍無道)함과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권력자에 의해 이런 대학살의 만행이 자행된 역사적 사실 중의 가장 큰 것은 독일 제3제국의 최고권을 장악하고 있던 히틀러에 의해 저질러진, 유대인들에 대한 홀로코스트(대학살 사태)였다. 대헤롯의 자리에 히틀러가 들어앉고, 학살된 어린아이들의 자리에는 유럽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던 허다한 유대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헤롯이 합당한 이유로 어린이들을 죽인 게 아니었고, 또 어린이들은 무슨 잘못이 있어서 학살당한 것이 아니었듯이, 히틀러는 정당한 이유도 없이 유대인들을 모아다 가스실의 희생양으로 보냈으며, 또 유대인들은 무슨 마땅한 죄목도 없이 인종소탕(人種掃蕩)이란 미명 아래 가스실의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 희생자들의 숫자가 많게 잡아 무려 6백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히틀러가 제2차세계대전의 말기에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어버려 종전 이후의 전범자 재판에 그가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전범 재판에 상당히 많은 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독일 책임자들이 출석해 재판을 받고 또 처벌을 받은 것을 보면, 홀로코스트의 책임이 단지 히틀러 1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최고권자는 그 신하와 막료들의 지원에 의해 그 막강한 자리가 유지되고, 또 막료나 부하들은 그 최고권자에 충성(?)하면서 그 자리, 이를테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 같은 것을 지키게 된다는 일반적인 사실로 볼 때 그 두 계층의 사람들은 상호 공범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바로 이 비정하고 무자비한 공범자들의 만행으로 인해 세계의 역사, 아니 인류의 역사는 먹칠로 점철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무솔리니와 그 부하들의 상호 관계가 그러했으며, 일본 천황과 ‘아시아의 히틀러’ 도조 히데키[또는 현 아베 수상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연합 세력 역시 그러했다고 보겠다. 중국인 수십만 명을 학살했다고 하는 난징(南京) 대학살의 참혹상은 아우슈비츠에서의 대학살을 무색케 한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우리는 저 지난주로 4·16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보냈다.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 수백 명의 목숨들이 이때 수장되었다. 유럽의 타이타닉호 침몰 사건이 보여주듯이 해상에서의 조난 사건은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천재지변이나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불행한 선박 사건이 많이 일어난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이 이 세월호 사태를 타이타닉호 사건처럼 하나의 불가피했던 사건으로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처한 인명을 모두 구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더 많은 수의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지 않았다고 그들은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배가 침몰해 가고 있던 시점부터 줄곧 TV의 실황 방송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이런 식의 조난구조가 행해질 수 있단 말인가 하고 강한 의문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었던 정황과 관련된다.
대헤롯에 의해 죽은 아이들이 무구(無垢)했듯이, 그리고 히틀러나 아사아의 히틀러에 의해 죽어간 많은 이들이 무죄했듯이, 세월호 사태로 인해 죽어간 이들도 그러한 불행에 처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고의적으로 그들을 수장시킨 것은 아니라고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들이 수장이란 대학살의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정부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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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롯왕과 히틀러, 그리고 세월호/임 영 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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