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2(일)
 
한국교회. 입시 신봉하는 사회 풍토에 변혁보다는 순응 선택
고통받는 학생들 위로 아닌 오직 ‘합격’ 목표로 한 기도회 번져

Park S J.jpg
 

본고는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목사)에서 발제한 박상진교수의 원고 ‘한국교회는 학교를 포기할 것인가?-학교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를 일부 발췌 편집한 것이다.


학교를 지배하는 종교: 입시 이데올로기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일종의 종교적 입문으로서 입시 이데올로기라는 종교를 신봉하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이 종교의 열광적인 신봉자이다. 이들의 종교는 주일에 학생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으로 인도하고 교회교육의 부흥이 아니라 사교육의 팽창을 가져온다. 사실 오늘날 교회 다니는 많은 부모들은 적어도 자녀교육에 있어서는 기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이 입시종교를 믿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오늘날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입시 종교, 입시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변혁을 시도해 왔는가? 불행히도 한국교회를 포함해 한국의 종교는 이러한 세속적인 종교를 변혁시키기 보다는 순응했고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종교가 입시경쟁을 개혁하기보다는 이를 강화시키는 다양한 양상이 존재한다. 설교와 예전, 기도, 교제, 봉사, 가르침을 통해 입시경쟁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운데서 기도는 입시경쟁을 강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도 입시생을 위한 기도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인데 새벽기도회, 철야기도회, 금식기도회 등 다양한 기도모임을 통해 입시성공을 위해 기도한다. 최근에는 ‘수능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또는 수능 전 40일부터 ‘입시생을 위한 40일 특벽새벽기도회’의 형태로 입시를 위한 기도회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기도회는 입시로 인해 고통당하는 학생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입시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녀의 입시경쟁에서의 성공과 합격만을 위하는 경우가 많다. 입시경쟁의 종교적 강화는 교회 내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한다. 교회에서 광고나 구역모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시에서의 성공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등식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 결국 한국의 종교, 특히 기독교와 한국교회는 입시를 변화시키는 영향력보다는 입시경쟁을 강화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기독교적 진단

1) 기독교학교(미션스쿨)
바로 1974년 고교평준화 이후부터 미션스쿨로서 기독교학교가 그 정체성의 위기를 겪기 시작한다.  당시 정부가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를 평준화 정책의 대상으로 삼아 학생들을 배정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미션스쿨은 기독교 사립학교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준 공립학교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유가 박탈되고,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자율성이 없어지고,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때부터 지속적으로 정부로부터 예배나 신앙교육을 금지하는 지시를 받게 되었고, 종교과목은 교양과목의 선택과목으로 개설될 수 있지만 그나마도 종교학을 그 내용으로 해야 하고 복수로 개설하여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존의 기독교학교의 성격을 유지하려는 학교와 소수이지만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광고의 소위 ‘강의석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미션스쿨로서의 기독교학교는 건학이념은 아직도 기독교적 성격을 지니고 있고, 교목이 있고 종교수업이 있지만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학원선교나 기독교교육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에 과연 사립학교가 존재하는가의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사실 부모가 자신이 믿는 신앙의 가치관대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헌법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사립학교가 존립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학교마저 기독교교육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 기독교대안학교
한국에서의 기독교대안학교가 이제는 태동기를 넘어서서 확산기로 접어들고 있고 향후 성숙기로 나아가기 원한다면 ‘존재’ 자체를 넘어서서 ‘어떤 존재’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하고, 이미 경험하고 있고 향후 더 심화될 갈등에 대해서 예견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대안학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예언자적 상상력’일 것이다. 필자가 기독교대안학교 유형화 연구를 통하여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기독교성, 대안성, 국제성, 수월성, 긍휼성을 어느 정도 강조하느냐에 따라 기독교미인가학교, 대안기독교학교, 기독교국제학교, 기독교수월성학교, 기독교긍휼학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은 기독교국제학교, 기독교수월성학교, 기독교미인가학교 순이며 대안기독교학교는 그 비율이 낮으며, 특히 기독교긍휼학교는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즉, 기독교대안학교라고 하지만 국제성과 수월성을 추구하는 학교들이 많은데 이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극복하는 진정한 대안이라기보다는 부모들의 세속적 욕망과 자녀교육열에 부응하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

3) 공교육
사실 기독교교육은 학교교육을 포함한다.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들이 가정과 교회에서 신앙적인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교육을 받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만약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들이 공립학교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은 포기될 수 없다. 2007년 제92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서 채택한 ‘기독교학교교육헌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모든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는 기독교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들이 기독교학교를 통해 기독교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독교학교를 설립, 지원해야할 사명이 있다. 기독교인 부모는 자녀들의 기독교교육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가정에서 교육하며 교회와 학교에서 기독교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지원, 협력한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가 기독교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국, 공립학교나 일반 사립학교를 다닌다고 할지라도 그 학생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 가운데 기독교적 가치에 위배되거나 상치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으로 보완해 주어야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고, 그 부모가 속해 있는 교회에게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 가정의 자녀는 기독교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기독교교육을 받아야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오늘날 반 기독교적 정서가 팽배한 이유 중의 하나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내용 중에 반 기독교적 가치에 영향을 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을 비롯한 학생들의 일탈행위는 이러한 가치관의 영향들로 나타나는 증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기독교적 학교 운동

한국의 암울한 학교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이를 변혁하려는 의미있는 기독교교육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마치 작은 불꽃이 큰 불을 일으키는 것처럼 이 땅의 교육에 대한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를 그 장으로 펼쳐지고 있는 기독교교육운동에는 기독교사운동, 기독교학교정상화운동, 기독교대안학교운동, 기독학부모운동, 그리고 기독교교육시민운동 등이 있다.

기독교교육생태계 복원

오늘날 학교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어떤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안타깝게도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라는 울타리 바깥에 대해서는, 특히 학교교육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다.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관심의 범주도 주일학교로 제한되었고, 교회출석을 통한 주일학교 부흥과 이로 인한 교회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다음세대 신앙 계승에 관심이 있다면 학교를 끌어안아야 한다. 교회학교 침체와 교회학교 학생수 감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학교만을 들여다 보아서는 안된다. 한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마을이 필요하듯이, 한 아이가 하나님 나라의 일군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독교교육생태계가 필요하다. 교회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일관성 있는 기독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교육이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고 기독교 신앙이 격려받는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학교가 기독교적 가치관이 아닌 다른 종교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그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탈신앙화, 탈종교화가 가속화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태생적으로 학교와 함께 시작되었다. 언더우드, 아펜젤러와 같은 선교사들이 기독교학교를 세움으로 개신교 역사가 시작되었으며, 1900년대를 전후해서 한국교회 토착민들에 의한 기독초등학교 설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소위 ‘일교회 일학교’ 운동은 학교를 세워 기독교교육과 민족교육을 실천하고자 한 운동으로서 항일운동과 구국운동의 보루가 되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학교에서도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독교교육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이것은 교육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회복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다. 한국교회가 기존의 기독교학교가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대안학교 운동이 건강하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종교교육의 자유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관심을 갖고 공동체적 노력을 도모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부터 기독학부모를 세우고, 부모가 자녀 신앙교육의 주체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도록 교육하고 격력하고 지원하며, 기독교사운동과 기독교교육시민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후원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세대의 신앙계승은 교회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기독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고, 한국교회가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서 학교를 포함한 기독교교육생태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오늘날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다음세대의 위기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학술/ 한국복음주의협의회 5월 월례회 -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