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문제’ 두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대표성 회복 우선… 혼란 막아야
한국교회연합이 지난 회기 내홍을 딛고, 양병희목사를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경선 없이 단독후보로 나선 양병희목사를 전원 만장일치로 박수를 통해 추대함으로, 더 이상 한교연 내 다른 분란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국교회총연합회와의 통합 문제다. 그동안 홍재철 대표회장 체제의 한기총과 한교연은 사실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한교연 대표회장이었던 한영훈목사와 홍재철목사는 한 쪽에서는 통합 논의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에 대한 비난과 무시를 일삼다 결국 사회법 소송까지 번진 최악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현재 한기총 역시 홍재철목사에 이어 기하성 이영훈목사가 신임 대표회장으로 들어서며, 이미지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 홍재철목사에 대한 평가가 교계에서 매우 극단적으로 갈린 것과 다르게, 교계 연합사업의 정치판에서 그리 활동하지 않았던 이영훈목사는 교계 전체에 별다른 적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 상황에 한교연 역시 한영훈 대표회장 체제가 끝나고, 양병희 대표회장 체제가 새롭게 들어섰다. 어쩌면 한교연과 한기총이 분열한 이후, 다시금 합칠 수 있는 최적기는 바로 지금인 셈이다.
“이단 문제 해결 없이 통합 없다”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통합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게 사실이다. 한영훈 대표회장과 홍재철 대표회장 시절 양 단체가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때도,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타협이 가능해 보였지만, ‘이단 문제’에 대한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새롭게 바뀐 양 단체 대표회장의 생각은 어떨까? 우선 이영훈목사부터 살펴보면, “홍재철목사의 신앙노선을 적극 지지하며 지금까지 한기총이 진행했던 모든 것은 본인이 수용하고 계승하기로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그간 한기총의 이단 연구 및 결의에 대해서도 수용한다는 의미로 이전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 당시 이영훈목사의 이 발언으로 인해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에서 이영훈목사를 ‘예의주시’키로 결의했고, 이후 ‘이단 옹호’로까지 규정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교연의 이런 결의에 최근 한기총은 회원교단들에 그간 문제시 된 박윤식목사, 류광수목사 등에 대한 재검증 요청을 공개적으로 접수하며, 오히려 ‘이단 문제’를 먼저 끄집어내는 강수를 뒀다.
양병희목사 역시 한교연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양목사는 “회원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통합을 한다면 또다시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한기총이 이단문제를 잘 매듭짓는다면 통합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기총이 문제시되는 인물들에 대한 ‘이단 해제’를 뒤집지 않는 한 통합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한국교회 혼란 가속화
사실 올해마저 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는 한, 양 단체의 통합은 한동안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두 단체는 서로간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또다시 ‘이단 문제’라는 벽에 막혀 올해도 통합은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동안 평행선이라도 유지했던 두 단체의 어쩌면 더 악화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 도출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현 한국교회의 ‘이단 문제’는 논의의 사안이지, 결코 분열의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표면적으로는 ‘이단 문제’를 내세우고, 한편에서는 정치적 싸움을 지속하는 것은 사실상 ‘이단 문제’가 통합을 가로막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시된 인물들을 놓고, 이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과 이단이라 주장하는 측으로 나눠서 분열을 지속할게 아니라, 일단은 하나로 합쳐, 한국교회 연합기관으로서의 고유한 대표성을 회복한 뒤, ‘이단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 될 일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한기총이 한교연과 분열한 뒤, 제4의, 제5의 연합기관까지 등장할 기미를 보이며, 그야말로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은 보수 연합기관의 대표성 회복이다.
양 단체는 지금 한국교회의 혼란이 자신들에 있음을 깨닫고, 한국교회의 질서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차진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