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緣
                               정 신 재
진실의 싹 걸구면서 도솔천 꿈을 꾼다
사랑하는 이 저만치 떼어 두고 거리를 잰다
마지막 유언을 입가에 흘리면서....

낮은 바람결에 눈발이 흩날리는 밤
너와 나의 만남은 공허 속에 핀 종이꽃
네 생각 뜻대로 흘러 어느 골을 또 밝히겠나.

푸르던 나무 그늘 때 되면 드리우리
손끝 매운 방황도 이쯤서 잠시 쉬고 싶다
한 알의 모래로 만나 우리 서로 만년 인연.

이문동 길목에 서서 퍼붓는 눈발을 본다
어머니와 너의 미소가 중첩되어 떠오르고
나는 또 하늘의 얼굴을 오늘에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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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 24장을 보면 이삭이 리브가를 아내로 맞는 장면이 나온다.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 리브가가 눈을 들어 이삭을 바라보고 낙타에서 내려 종에게 말하되 들에서 배회하다가 우리에게로 마주 오는 자가 누구냐 종이 가로되 이는 내 주인이니이다. 인연 없는 혼이 있을 수 없다. 위 시의 화자는 이와 같은 부부의 인연을 “우리 서로 만 년 인연”으로 형상화하였다. 아내와 남편의 얼굴에서 “하늘”을 본다면 더욱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으리라. 영원으로 나아갈 부부의 인연을 생각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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