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교수(전 강서대 총장)
오는 29일 윤석렬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다. 그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을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 앞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협치라고 추켜세우지만,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만, 왜 이렇게 그 말에 쉽게 동의하지 못할까? 만일 총선 결과가 반대였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총선이 끝난 다음 날 만난 친구는 이민 가버리겠다고 펄펄 뛰었고, 다른 친구는 저녁에 모든 친구들을 불러 한바탕 거하게 쏘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왜 우리의 선거가 이 모양이 되어버렸을까? 이겼으니 한턱 내겠다는 것은 탓할 수는 없지만, 이민 가버리겠다는 패배자의 마음은 어찌 보듬을 수 있을 것인가?
여당의 선거 패배의 원인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윤 대통령의 불통과 권위적 처신에 있다고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이 또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두 사람으로 대변되는 여당 내의 깊은 속내는 무엇인지를 묻는 사람은 없다. 사회의 책임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야당의 압승일지라도 범죄자들, 막말에 괴변론자들, 참담한 역사관에 삐뚤어진 인물이해를 가진 이들 등등 그 구성원들의 윤리의식, 역사의식, 준법의식에는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한다. 한갓 여당과 대통령의 약점에 기대서 얻을 결과를 두고 저토록 방자하다면, 정권에 내린 철퇴를 자신들의 철퇴로 쓰면 안된다.
반면 참담하게 패배한 여당의 처절한 자기반성과 혁신의 의지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누구보다 온 몸을 던져 헌신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책임지고 퇴진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패배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2선 퇴진은 고사하고 당권 장악 시도 역시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다 모여서 어떻게 하면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밤을 새워 토론하고 다투어서 국민 앞에 혁신의 자기 변혁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라는 높은 상전이 동료 시민이 되어 줄 것이다.
선거로 모든 것이 끝나고, 자신의 허물이 덮였다고 생각하면 이는 진실로 오만한 야당이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전과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앞에 어떤 법적 판단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들이 과거 뭐라고 말하고, 어떻게 글을 썼는지를 알고 있다. 그 엄청난 허물에도 여론의 바람으로 인해 금뱃지를 달았기에 면책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너무 잘 알 것이다. 국민은 그들의 동료시민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금까지 수 많은 선거를 했고, 그 때마다 결과는 꼭 필자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한 기분이 이토록 참담한 것은 처음이다. 야당 압승에 대한 불쾌감이 아니라 ‘어떻게 저런 사람을 나의 대표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서부터, ‘정말 아까운 사람이 왜 나의 대표가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당한 결과라고 호소하는 마음 속에 반발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큰 흐름에 순종하지만, 이스라엘이 범죄하였을 때 이방을 회초리로 사용하였던 것을 기억하며, 필자의 마음속에서 거부하고 있는 당선자들이 우리들의 회초리가 되었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그 매를 맞을 것이고, 아프더라도 받아들이며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따르지 못한 허물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하나님이 사용하신 회초리는 그 용도가 다하면 흔적도 없이 멸하신다는 것이다.
교회가 이번 선거를 하나님의 뜻이라는 큰 틀에서 수용하고, 하루 속에 하나님의 뜻을 바로 세워, 무릎으로 회개하고, 손으로 섬겨 하나님의 사랑을 회복한다면 굳이 우리 손으로 내치지 않아도 급수에 못 미치는 당선자들의 이름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그리고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시기는 더 빨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