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9(월)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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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오전에는 총회 은급부에서 주최하는 은퇴목회자 위로회 모임을 저희 교회에서 가졌습니다. 그런데 시작이 10시 반인데 한 8시 반부터 오신 분들이 계시고 9시가 되니까 비서들이 출근하기도 전인데 제 방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저와 정말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분들이 오셨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분들을 만나고 교통비나 격려비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10시 반이 되어서 본당에 가보니까 정말 천 수백 명이 앉아 계신 것입니다. 그것도 저 멀리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새벽차를 타고 오신 것입니다. 대부분 백발의 면류관을 쓰시고 얼굴도 쭈글쭈글한 분들이셨습니다. 심지어는 90이 넘는 분들도 오셔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도 했다는 것입니다. 코피가 터지고 어떤 분은 쓰러지기도 하구요. 메디컬 처치에서 응급처치를 안 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것입니다. “, 이런 모임을 우리 교회에서 다시는 안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까지 해봤습니다. 왜 그분들이 왔을까요? 저희 교회에서 대접하는 점심 식사와 총회에서 주는 몇 푼 안 되는 위로비 때문에 오셨을까요? 물론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아마 외로웠기 때문에 동기들을 만나보고 싶어서 오셨을 것입니다.

 

제가 설교를 하기 전에 앞에서 보니까 꽃으로 말하자면 지는 꽃이고, 나무로 말하자면 낙엽이 되어 곧 떨어질 잎사귀처럼 보였습니다. 저분들에게도 왕년에 한가락 했던 젊은 청춘의 시절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힘깨나 쓰고 혈기도 부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교를 했던 시절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혈기도, 패기도 잃어버리고 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오신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강단에 섰을 때 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멀리서 오셨는데도 조는 사람 한 명도 없이 그렇게 설교를 뚫어져라 듣는 것입니다. 그들이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제 젊음이 부러운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총회장도 했고, 한교총 대표회장도 했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젊은 패기로 설교하는 걸 보면서 저의 젊음이 부러운 듯한 눈동자로 저를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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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설교를 하기 전에 잠시 그분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늙는다. 잔인한 시간은 쓰러져 가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한때 벌어진 일들은 시간과 싸우지 못한다. 일일이 흔적을 남기기엔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간다.” 이는 윤광준의 심미안 수업중에서 나오는 말인데요. 육신적으로만 볼 때는 시간 앞에 서글프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도 20년이 지나면 백발의 면류관을 쓰고 은퇴 목회자가 되어 은퇴 목회자 모임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설교의 주제처럼 저는 전제와 같이 부어진 삶이 아닙니까? 전제는 한마디로 부어드리는 제사입니다. 제물이 거의 타갈 무렵에, 제단 위에 제사장이 포도주를 붓고 기름 섞은 고운 가루를 뿌리는데, 그것을 전제라고 합니다. 제사가 끝나갈 무렵,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게 제사를 드렸다는 의미에서, 포도주를 붓고 제물 위에 기름 섞은 고운 가루를 뿌립니다. 그러면 마지막 타는 향기가 얼마나 진동하겠습니까?

 

사도 바울은 죽음의 날이 임박하여 순교적 사명 앞에 자신이 전제와 같이 부어졌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어차피 모든 살아있는 것은 늙어갑니다. 꽃도 시들고 나무도 메말라갑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도 시들고 건강한 청년도 늙어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늙어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전제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시간 앞에 서글퍼 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시간이 깃든 모든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시간은 기억일 뿐만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죠.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영원한 미래를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영원한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죽음은 천국으로 가는 한 과정이고 방법일 뿐입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설교를 하니까 저도 은혜가 되고 은퇴 목사님들도 고개를 끄떡끄떡하며 은혜를 받으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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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는 제한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100세를 살건, 120세를 살건 그 역시 제한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 자체만 생각하면 시간 앞에서 서글프지 않은 것은 없겠죠. 그러나 우리는 결코 서글플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있고 영원한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 영원한 부활의 삶, 영생의 삶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시간 앞에서는 모든 게 서글프다고요? 아닙니다. 시간 앞에서 오히려 우리는 소망이 있고 희망만 있을 뿐입니다. 행사가 끝나자 역시 어른들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우리가 천국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다시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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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8

  • 36590
감사

은퇴목사님들의 전제와 같이 부어진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항상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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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

주님이 계시기에 서글픔도 소망으로 바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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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오늘

주님을 위해 전재로 드려진 삶 반듯이 기쁨으로 소망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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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시간이 깃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품고 영원한 부활의 삶을 가득 소망하며 살아야겠네요..많은 깨달음을 주는 귀한 글..언제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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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샤인

은퇴목사님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새에덴교회, 귀한 섬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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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아름다운 시간을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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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영원한 매래위해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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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은퇴목사님들 섬기시느라 애쓰셨어요,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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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주님앞에 복된 사명자로 쓰임받으신 백발의 면류관을 저희도 언젠가는 감사함으로 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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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롱ㅎ

귀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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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미

은퇴 목사님들을 섬겨주셔서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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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평생을주님나라위해헌신하시며말씀전하셨던목사님들의늙어감이주님께더가까이가는아름다운삶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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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

지나가는 시간앞에서 우리는 서글퍼하지 않겠습니다
죽음 이후의 영생의 삶이 있기 때문이죠
전제와 같이 부어지는 삶이 되기를!!!
은퇴목사님들을 모시고 새에덴교회가 귀한일을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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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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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제한된 삶을 살아가지만, 예수님 때문에 서글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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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신

교단 은퇴목사님들을 섬기신 새에덴교회와 소강석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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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빌더

은퇴목사님들 시간앞에 서글픈 나이이지만 갈렙처럼 만년40인생 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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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천국소망으로 서글픔을 이길 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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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귀한섬김과 지나온 모든아름다운날들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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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카

예수님 때문에 오늘도 감사함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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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맘

사랑과 섬김의 삶을 실천하시며 천국을 소망하는 삶은.서글픈
것이 아닌 주님께 드려지는 전제의 삶임을 깨닫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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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영원한 생명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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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쁨

은퇴목사님들의 노년의 삶에 주님의 위로와 사랑이
임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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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숙

그동안 수고 하셨어요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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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천국소망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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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천국에서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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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총명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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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sperfections

은퇴목사님 축복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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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시간 앞에 서글프지 않은 것은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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