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7-12(금)
 
건널목

김 진  

놀라운 운명곡을 들으며
서해대교를 건너다,
난간에 걸린 일몰을 만났다

저멀리 굴뚝연기는 솟아올라
서쪽으로 흩어지고, 붉은 슬픔은
바다로 하나다

췌장암이 그렇게 아프다지
귤 한 알을 꿀꺽 삼켰다

이미 깜깜해진 새우젓마을
장지는 다리 건너 네 번째 봉우리

상주를 두고 우리는
다시 대교를 건넌다

가을이 깊게 지상에 내려 앉는다, 조락(凋落) 의 계절, 가슴에 닿는 시 한 편 쯤 읽는 기쁨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순간을 선물 받게 된다.
시인은 평범한 주제를 놀랍게도 극적으로 환치(換置)시켜 한층 심화된 충격을 보여주는 “건널목”은 시를 읽는 순간 아름다운 비감에 젖어들게 한다, 무슨 주석 따위가 필요할까- ,  놀라운 운명곡 / 서해대교 / 난간에 걸린 일몰이 짧은 시맥(詩脈)의 구도는 시 전문을 예감하게 된다.
 덜컹 가슴을 파고드는 페이소스는 소리치지 않아도 저 깊은 곳의 生과 死 의 간극을 맛보게 된다. 삶과 죽음이 아름다운 붉은 한 빛깔로 어우러져 바다에 안겨들다니, 장지를 -아니 죽음을 뒤로 하고 서해대교를 건너는 문상객의 귀로, 서해대교 라는 건널목은 만남과 이별을 건네주고 있을 것이다.
네번 째 산 봉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붉은 눈시울을 바다에 던져두고, 깊은 울음조차 바다로 흘러 보내고 있다.
생과 사는 바다가 흐르듯 한 곳으로 건너 흐르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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