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21(토)
 
가을엽서

엄 창 섭

아, 거기 가을인가요
단풍 같은 엽서 한 장
팔랑 대문 안에 날아온
오늘 이 설레임
고맙게
사랑꽃 곱게
가슴 가득 피네요

언제나 오시나요
기다림 참 아프네요
깊이 익은 사랑 마음
국화 함께 꽃 필까요
부러워
읽고 싶은 엽서
코스모스 손짓하네요

임 생각 깊은 가을밤
달빛 속에 우는 귀뚜라미
가슴 저며 오는 창 앞에
임 모습 그리며
괴로움
수  놓이는 엽서
또 읽고 또 봅니다
 
가을날 ,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 보내도 좋을 듯, 더군다나 의외로 문득 나에게로 날아온 붉은 엽서는 경이로운 탄성이다. 붉은 단풍잎은 가을 편지다. 멀리 떠나게 되었다고, 잎맥은 마알간  뼈를 드러내고 고백을 한다. 공허함과 적막감에 젖어든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출발점이기도하다.
생성과 소멸의 섭리를 배운다. 五穀百果가 들판에 가득하고 온갖 색채의 향연이 끝나가고 있다. 떠나보내는 일도 고개 숙이고 유순하게 보내야한다. 다시금 기다림의 긴 시간을 맞이해야한다. 그 不在의 아픔을 깊은 가을밤과 함께해야한다.
시인은 한 장의 엽서의 체온으로 차가운 가을밤을 묵상하며 섭리에 순응하는 것을 안다.
이윽고 우리는 가라앉을 것이다 /차디찬 어두움 속으로 / 너무나도 짧은 우리 여름날/ 그 강렬한 밝음이여 / 안녕히 / 모닥불 타는 소리를 / 나는 벌써 들었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는 그렇게 가을을 예감하고 맞이하고 있었다.
가을에, 시인은 엽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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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가을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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