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5(일)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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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신델라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국립극장에서 본인이 단독 공연을 하는데 저를 특별히 VVIP로 초청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게다가 공연 중에 제가 작사한 노래 주님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를 하면서 저를 소개해 주겠다는 것입니다공연장에는 교계 방송에 관계된 분들그리고 교계 주요 인사들이 초청되었을 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이 3분의 2가 넘을 정도인데 이런 자리에서 목사님 딱 한 분만 소개를 해 드리는 것은 자신에게도 영광이라고 하면서 말이죠그래서 제가 기꺼이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교회 프라미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그날 같은 시간에 포은아트홀에서 공연을 하기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런데 만약 제가 새에덴교회 프라미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을 가지 않고 딴 곳으로 갔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섭섭해 하겠습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은 신델라 공연 쪽으로 향했습니다그분이 어떤 분입니까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하셨습니다그리고 이태리 국립 음악원인 산타체칠리아를 최단기 코스로 마치고 졸업을 한 후유명 팝페라가수로 활동을 하신 분입니다그래서 저는 당일 점심까지 고민을 하였습니다그러나 저는 결국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로서 프라미스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 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그리고 집사람이 대신해서 우리 교회 총여선교회 회장이신 김옥경 권사님과 함께 그쪽으로 간 것입니다.

 

포은아트홀에서 진행된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정말 공연을 잘했습니다그리고 정중앙 VIP석에서 바라보니까 아이들도 아이지만김연정 집사님의 지휘하는 뒷모습이 너무 품격 있고 우아하게 보였습니다이윽고 공연이 끝나자제가 집사람에게 어땠느냐고 전화를 했습니다그랬더니 집사람 입에서 감탄이 나오는 것입니다. “공연이 너무 훌륭하고 품격 있고 감동이 되었습니다목사님이 이곳에 와서 공연을 봤으면 집회를 하고 설교를 하는데 많은 영감과 지혜와 착상을 얻었을 것입니다대중가요 콘서트와는 또 다른 격과 결이 있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신델라 교수님께서 저희 집사람을 일어나라고 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소 목사님께서 꼭 오시려고 했는데 다른 일이 있어서 사모님이 대신 오셨습니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작사를 소 목사님이 하셨습니다소 목사님 대신 사모님께 박수를 쳐 주세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저희 집사람만 소개를 하며 따뜻하게 맞아 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넓은 공연장이 단 한 자리도 비지 않고 꽉 채워져 있었는데후문에 의하면 신델라 교수께서 가장 좋은 자리에 직접 앉아보고 그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저와 집사람에게 내어 줬다는 것입니다나중에 몇 몇 교계 인사들이 저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무슨 일이 그렇게 바빠서 못 오셨습니까오셨으면 완전히 목사님 자리가 될 뻔 했습니다.” 그날은 정말 많은 아쉬움이 있는 날이고 또 대견스러운 날이기도 했습니다제가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에 갔다는 건 담임목사로서 대견스러운 일이고또 신델라 교수 공연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다음날 다른 교회 집회를 갔는데그만 모르고 설교 원고를 안 가져가 버렸습니다물론 원고 없이 얼마든지 설교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원고가 있어야 든든한 마음이 생겼습니다혹시라도 실수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래서 비서실에 그 원고를 찾아서 인터넷으로 보내라 했습니다일어나보니 꿈이었습니다물론 다음날은 제가 다른 교회 집회에도 가지 않고 우리 교회에서 설교하지도 않았습니다오전 예배 때도 외부 강사가 오셨고저녁예배 때도 외부 강사가 오셨습니다저는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두 분이 오셔서 다 은혜를 끼쳤습니다두 분을 모두 베드로 동상까지 배웅했습니다그때 교회 직원이 가로수의 낙엽을 쓸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제가 그분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르신그 낙엽 안 쓸어내셔도 됩니다어차피 오늘 쓸어봤자 내일 또 떨어질 거 아닙니까그리고 지나가는 분들이 낙엽 밟는 낭만도 있어야지요.” 저녁까지 아무리 돌아봐도 아무 일도 없었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저는 그냥 조그마한 일이라도 만들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아직 쓸지 않은 낙엽을 밟으며 길을 걸어보았습니다그토록 아쉬웠던 마음과 대견했던 마음이 잘 융합이 되었는지 그날은 그저 낙엽을 밟는 일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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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외에도 연말이 다가오고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이따금씩 꿈속에서 뭔가 강박 같은 것을 느끼곤 합니다새 시집을 탈고하고 또 한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잠에서 깨고 나면 아무 일도 없는 나날이 계속됩니다부디 성도들의 가을도 행복했으면 좋겠고아무 일 없이 좋은 소식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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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

  • 83948
미아

목사님 말씀 글을 읽으며 성도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며 감동했습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날들이 복된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님과 모든 교역자 성도분들에게 이어지기를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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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겨울이 왔을때 2023년을 돌아보면 아무일 없이 대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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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교회와 성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언제나 감동입니다

댓글댓글 (0)
써니

교회와 성도를 최우선순위로 섬기시는 소목사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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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아무 일도 없었던 어느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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