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의 권위마저 불태운 이성 잃은 이념의 분노
▲ 전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념과 표현, 시대적 관점으로 인류에 보물과도 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전쟁과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바보 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문학을 하는 모든 이들의 교본이 되어, 인류 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에 대해 <죄와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쓴 도스토옙스키는 동료임에도 엄청난 경의를 표했으며, 영국의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모든 소설가 중 가장 위대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 러시아 제국 혁명이라는 혼란과 격동의 시대를 겪은 톨스토이의 작품 속에는 대표적인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는데 바로 '기독교'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다.
그는 1885년에 출판한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코자하는 의지를 담았고, 1894년에 쓴 <하나님 나라는 당신 안에 있다> 속에서는 믿음과 신앙에 대한 자신만의 깨달음을 고백했다.
반면 <국가는 폭력이다>라는 작품에서는 교회와 국가,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군국주의와 애국주의 등 국가 권력으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을 서슴없이 가하고 있다.
매우 자유로우면서도 비현실적인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을 오늘날 우리 사회, 혹은 한국교회적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어쩌면 결코 용납하지 못할 매우 불순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인류는, 그의 사상을 굳이 기억하지 않으며, 그의 이념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을 하지 않는다. 그를 표현하는 인류의 단어는 여전히 '대문호'이며, 비교불가의 작품을 써낸 역사상 최고의 작가로 그를 기억할 뿐이다.
▲ 최근 한국 문학사에 역사적인 경사가 일어났으니, 바로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이다. 'K-컬쳐'로 불리는 한국의 문화는 근래 엄청난 세계화를 이뤘지만, 이는 음악, 영화, 예능에 한정됐을 뿐, 유독 '문학'은 이를 따르지 못했다. 그런 찰나에 등장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한국 문학계의 수준을 세계로 끌어올린 동시에, 국내 작가들의 자부심을 심히 고취시킨 사건이 됐다.
하지만 국내 일각에서는 한강의 이념과 작품 속에 드러난 그녀의 사상을 문제 삼아, 노벨문학상의 권위마저 깎아내리는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전 세계를 의아케 했다. 최근 10년 새 그야말로 정점을 찍고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이념 전쟁이 결국 ‘문학을 문학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노벨문학상' 마저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문학을 문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가슴아픈 행태에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는 소강석 목사도 낯선 공격을 받아야 했다. 소 목사가 동료 작가로서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게재하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소 목사를 공격한 것이다. 결국 소 목사는 "한국문학의 위상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준 경사를 축하한 것일 뿐, 그의 사상이나 이념에는 동조치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으로 자신의 글을 해명까지 해야 했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위대한 것은 그의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비교불가의 ‘작품’ 때문이다. 비록 한강 작가의 사상이나 이념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녀의 작품이 결코 폄훼되어서도, 그녀의 작품을 평가하는 작가의 시선을 왜곡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성을 잃은 이념의 분노가 결국 대한민국 문학사 최고의 업적마저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