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반대’와 ‘혐오’의 명확한 경계 지켜… 장기적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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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운동이 지난 6월 11일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를 기점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퀴어축제 이후 동성애 문제에 직접적인 행동을 펼쳐온 한국교회는 현재까지 사회의 동성애 반대 여론을 주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중단, 퀴어축제 장소 허가 취소 등의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운동의 경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WCC 논란 속 ‘동성애’ 대두
한국교회에 ‘동성애’라는 시대적 화두가 등장한 것은 바로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 개최와 맞물려 있다. WCC 부산총회 이전까지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아주 외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완전히 양분하며,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후유증을 앓게 한 WCC 부산총회는 보수와 진보, 찬성과 반대의 치열한 다툼 속에 ‘동성애’라는 새로운 문제를 대두시켰다.
당시 WCC를 극렬히 반대하는 보수진영은 “WCC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주장을 일반화 시키며, 이를 공산주의, 다원주의 등의 반대 기조와 함께 반대운동의 주 구호로 사용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WCC 회원교단(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및 교회협의 적극적인 해명이나 대처가 매우 부족했던 것, 당시 보수진영은 WCC의 과거 행적들을 근거로 한국교회에 WCC 공포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한 반면, WCC 회원교단이나 교회협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는 자세로 이를 묵과해 버렸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WCC 집행부가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보수진영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 알려지며, WCC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옹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끝내 떨치지 못했다. 여기에 WCC와 신앙고백을 함께하는 교회협 역시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는 것이 입장이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아 논란을 키웠다.

동성애 반대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 확산
이후 ‘동성애’에 대한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어 갔으며, 지난해 퀴어축제를 기점으로 한국교회는 동성애 문제에 본격적인 반대 행동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교회의 주요 연합기관인 한기총, 한교연, 한장총을 포함해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언론회 등의 교계 단체가 함께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는 각 분야별(의료계, 법조계, 신학, 군대) 동성애 전문가들과 손잡고,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반대가 아닌, 과학적, 의료적, 법적인 근거를 앞세워, 동성애 반대운동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는데 있다. 이는 이전까지 한국교회가 내던 사회적 목소리가 정치적 입김이나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지던 모습과 사뭇 다른 것으로, 한국교회가 국민여론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감당케 된 것이다.

극단적 동성애 반대운동 경계
하지만 한국교회가 국민적 지지를 얻어 한껏 들뜨다 보니, 그 부작용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민들의 호응이 즉각 나오다 보니, 좀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여러 문제 중 ‘성교’에 대한 부분을 전면에 내세워 이를 극대화시키는 모습은 최근 1년새 매우 두드러진 경향이다.
동성간 성결합이 에이즈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분명 의학적으로도 확실히 입증이 됐고, 엄청난 사회적 파장도 불러올 것이라는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자칫 동성애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할 수는 있지만, 결코 동성애자를 공격해서는 안된다. 동성애가 분명히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거나 혐오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근간은 ‘사랑’이다. ‘사랑’과 ‘혐오’는 결코 한 공간에 함께할 수 없는 단어다. 한국교회가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로 한껏 흥분해 있지만, 이럴때일수록 ‘반대’와 ‘혐오’의 구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반대운동의 새로운 전략 고민해야
지금 사회에서는 동성애 문제를 ‘동성애자’와 ‘기독교’의 대립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길 하나를 두고, 서로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며, 기독교는 반동성애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
하지만 ‘기독교=반동성애’라는 이러한 공식은 결코 정상적이라 볼 수도 없으며, 한국교회 이미지에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반대운동에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 이미 사회에는 수많은 시민단체들과 보수단체들이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굳이 우리사회의 주류종교인 한국교회가 제일선에서 반대운동을 주도하며, ‘기독교=반동성애’의 공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교회의 가장 주된 목표는 전도와 영혼구원이다. 동성애자들의 영혼도 구원해야 한다, 따라서 너무나 공격적인 이미지는 오히려 전도에 심각한 방해가 됨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동성애’를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국교회는 ‘기독당’을 내세워 국회진출을 다시 한번 노린 바 있다. 당시 기독당의 주 구호는 ‘반동성애’와 ‘반이슬람’으로, 기독당이 국회에 입성해야 동성애도 근절되고 이슬람도 막아낼 수 있다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반동성애’나 ‘반이슬람’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끌어와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한 것이다.
기독교에 있어 동성애는 결코 용납해서도 용납할 수도 없는 문제임이 확실하다. 또한 이러한 불건전한 축제가 서울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시대에 이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함도 마땅하다.
하지만 동성애 반대운동에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를 보며, 언론과 국민들이 길 건너편 퀴어축제 참가자들과의 전면 충돌로 이어질까 우려하던 모습은 적어도 한국교회 동성애 반대운동이 결코 평화롭게만 보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퀴어축제는 또 열릴 것이고,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항소심은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동성애 반대운동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차진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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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한국교회 동성애 반대운동의 경과와 앞으로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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