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22(일)
 
갈대의 노래

  권 태 영

바람을 입고 살아온 갈대가
누워서 입김을 올리면
겨우 올린 기운만큼 달린 가루를
색동저고리에 반짝이던 햇살이
이제는 이마에 금을 긋는 가을이구나
가냘픈 허리에 생각 많은 머리를
한 광주리 이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갈대는 힘들어 보인다
삭풍을 춤으로 받아 넘기고
엎드려 기도하는 갈대야
언제나 몸짓은 춤을 넘어
절규의 詩가 되는구나
양지쪽 양지쪽을 손짓하며
다시 일어나 부르는 노래
-살자,  살-자 ---
아 - 그는 다시 일어나 노래하는
갈대이구나 

갈대는 잔잔한 물가 들녘에서 가을을 더욱 찬란하게 꾸미기도 하지만, 가장 抒情的 몸매로 사람의 마음과 눈길을 끌게 한다. 外柔內剛한 여인의 모습이다. 가을볕살 은 갈대를 왼통 색동저고리를 입혀놓기도 하지만, 가냘픈 허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울음 운다. 이리 저리 흔들리며 무거운 삶의 광주리를 이고 사는 누군가의 삶은 갈대를 닮아 있어 삭풍이 차갑게 불어 올 때에도 되레 아름다운 곡선의 춤을 추는 생명체의 신비함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절규는 詩가 되고,  그 음유시인은 갈대밭 한 가운데서 하프를 연주하고 있지나 않을까? 갈대는 울음의 정점에서 깊숙이 엎드려 기도하게 된다.
양지쪽을 향하여, 그 절규에 응답하는 누군가의  음성을 듣는다. 갈대는 무량한 은총의 빛으로 허리를 일으켜, 다시 쉼 없는 노래를 벌판에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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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갈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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