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4(화)
 

장사꾼들 ‘잿밥 싸움’에 봉된 한국교회 성도들
성경·찬송 1인당 몇권씩 있는 데도 또 바뀔지 몰라



120년 전 이 땅에 복음을 받아들인 이래, 몇 년 사이 온갖 분열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계가 최근에는 찬송가를 둘러싼 분쟁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의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찬송가공회의 법인화 이후 찬송가의 판권과 소유권을 두고, 펼치는 각 교단 및 기관들의 욕심으로 한국교계가 병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은 목회자 혹은 평신도 지도자들에 의한 것임에도, 모든 피해는 일반 성도들이 감당해야 하기에 비난은 그칠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찬송가 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한쪽에서 새로운 찬송가를 출판할 것을 결의하며, 한국 교계 역사에 다시 한 번 찬송가가 두 개로 나뉠 것으로 보여 성도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찬송가는 하나여야 한다
한국교계의 역사에서 성경은 성서공회와 성경공회에서 출판하는 각기 다른 성경으로 나뉘어 출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찬송가는 하나를 쓰고 있다. 그동안 새찬송가, 통일찬송가 등 여러 찬송가가 있었지만, 이는 지금의 21세기찬송가로의 발전과정 중에 있는 찬송가로 경쟁이라고 보기는 딱히 어렵다. 물론 당시에 새찬송가와 한국찬송가가 동시대에 출판된 적도 있지만 이후 이를 하나로 묶어 한국찬송가공회를 통한 통일찬송가를 출판함으로 하나의 찬송가 시대를 만들어냈다.
성경은 그 자체가 원어인 히브리어에서 직접 한국어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히브리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거치며, 해석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그렇기에 원어의 의미를 완전히 전달하는 한국어 성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경쟁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찬송가는 성경과는 달리 해석에 따른 논란이 있을 필요도 없고, 특별한 문제도 될 것 없기에 경쟁이 사실상 무의미 하다. 미국같은 경우 수많은 찬송가가 있지만, 이는 다민족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필요에 의한 경우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으로 언어 역시 하나로 통일 되어 있기에 두 개의 찬송가는 혼란만 부축일 뿐이다.
두 개의 찬송가가 한국교회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분쟁의 당사자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교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찬송가 출판에 이익금이다.

새로운 찬송가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
요즘은 찬송가나 성경은 단일본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휴대가 수월한 성경 찬송 합본을 갖고 다니고 있으며, 출판 역시 대세를 따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도들은 성경이 바뀌어도 찬송가까지 새로 사야 하고, 찬송가가 바뀌어도 성경까지 새로 사야 한다. 대부분의 성도가 서너개의 성경 찬송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에서다.
현재 새로운 찬송가 출판에 찬성하는 교단은 예장합동, 기장, 침례 등 한국교계를 대표하는 다수의 중대형 교단들이다. 이들 교단의 성도수는 어림잡아 한국교계의 절반 수치인 500여만명, 만약 새로운 찬송가가 나온다면 가장 확실한 소비자들이 약 500여만명이란 소리다. 개교회가 총회의 결정사항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성도들 역시 담임목사가 성경찬송을 새로 사라는데 별 방법은 없을 것이다.
성경찬송 한 권을 대충 2만원씩만 계산해도 500만권이면, 1천억원에 이른다. 이게 바로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찬송가 출판을 강행할 수 있는 ‘잿밥’인 것이다. 새로운 찬송가가 출판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우선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다. 그동안 한국교계 찬송가 출판을 독점하다시피 한 두 기관이 최근 법인측 한국찬송가공회에 의해 출판권이 소멸되며, 대대적인 위기를 맞았으나 새로운 찬송가가 출판되면, 그 권리를 다시 독점할 것이 분명하기에 최대 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찬송가 분쟁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는 않지만 성서공회 엄청난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했듯 찬송가와 성경은 합본이기에 찬송가가 팔리는 만큼 성경도 팔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도에 대한 정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성서공회는 가장 최근 출판한 성경 개역개정판이 기존 성도들에 대해서는 보급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라, 국내 성경 판매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새로운 찬송가의 출판은 성서공회에 어부지리를 안겨 줄 수 있다.  
<차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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