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검찰개혁’인데, 정작 검찰개혁의 핵심은 어디 가고, 자존심과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는 생각은 나만의 판단일까? ‘검찰 개혁’이 필요한 것은, 검찰의 지나친 권력에 대한 힘 빼기와 또 검찰이 비록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그 잘못이 있다면 이를 견제하고 차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검찰개혁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바이러스로 매일의 삶이 불안하고, 먹고 살기가 팍팍한 서민들에게 불안한 부담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어느 신문에서는 이런 살벌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싸움에서 검찰총장이 5전 5승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평검사들의 의견, 법무부 감찰위의 결정,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법학교수들의 의견, 판사 회의의 결과 등을 나열하고 있다. 이를 평가하면서 ‘우격다짐의 무리수...추 장관 판정패’라는 주제도 달려 있다. 즉 정치 대 법치의 싸움에서 법치가 이기고 있다는 평가일 것이다.
국민들의 생각도 검찰 개혁에 대하여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8월 모 지상파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보면, 검찰개혁의 방향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52%로, ‘잘하고 있다’는 41%보다 높았다. 또 비슷한 시기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것에서도, 52%가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는 응답이 높았다.
지난 12월 10일 검찰개혁과 괘를 같이하는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잘못한 것’이라는 응답이 54.2%로 ‘잘한 것’이라는 39.6%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뭔가 국민들의 생각과 여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검찰개혁’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종교, 학계, 시민단체들은 앞 다투어 검찰개혁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 일부의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는데, 대부분 정부(법무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불교 단체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검찰은 스스로 개혁을 완수할 힘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 윤석열 총장과 최근 검찰 조직의 행태를 통해 명백하게 입증됐다. 이 싸움에서 검찰이 이기면 대다수 국민은 그들에 의해 언제고 누구라도 간첩이나 범죄자로 내몰릴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 원불교의 교무들도 ‘촛불정부라면 마땅히 개혁을 완수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반대하는 야당을 비난하고 있다. 천도교인들도 ‘대표적인 적폐 기득권, 검찰을 개혁해야 합니다’라며, 검찰은 공수처가 답이라고 한다.
기독교의 NCCK도 ‘검찰 개혁이 적폐기득권 구조를 청산하는 분수령이며,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역에 걸친 검찰의 기형적 과잉권력 행사를 중단시키는 시민사회의 명령임과 동시에 정의, 평화, 생명을 펼쳐나가라는 하나님의 선교 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종교계도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에 관한 시국선언을 할 경우에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결 같이 법무부와 큰 권력을 가진 입장을 지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민들의 다수는 그것이 지나치고 잘못되었다는데, 종교계는 한쪽의 입장만을 지지하니, 국민들이 종교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개혁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있는 것을 뜯어고친다고 모두 개혁은 아니다. 또 개혁의 방향과 목표가 정당하다하여도,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고, 올바른 방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시대는 아니다.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되어도 이를 준용하는 사람들이 잘못하면 본래의 목적에서 빗나가는데,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도외시한 종교계의 시국선언은 정의와 공정 입장에서 위태롭게 보인다.